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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세표만 봐도 배 아픈 에코프로, 이제라도 사야 할까

등록 2023-08-13 09:00수정 2023-08-14 06:28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2차전지 테마주 열풍

올 설연휴 직전 주가 11만원
2차례 폭등하며 110만원대로
개인투자자 ‘기대치’로 끌어올려
‘가치 평가’ 투자 판단 어려워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에코프로가 전 거래일 대비 11.91% 오른 111만8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에 에코프로 종가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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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목이 2023년 한국 주식시장의 최고 화제주가 될까? 결과는 이미 뻔한 듯하다. 올해 안에 에코프로를 넘어설 화제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해 주식시장 폐장일(12월29일)에 10만3천원이던 에코프로 주가는 7월31일 120만7천원으로 7개월 만에 12배 뛰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피 시장을 통틀어 최고의 상승률(1043%)이다.

에코프로는 몸집이 그렇게 가벼운 종목이 아니다. 2022년 말 시가총액이 2조5966억원으로 코스닥 종목 중 7위였다. 7개월 사이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29조5429억원 불어나, 7월31일 시가총액이 32조원에 이르렀다. 코스닥에서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40조9787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7개월간 에코프로의 시가총액 증가분은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 137조6349억원의 21.5%를 차지했다. 코스닥 지수가 679.29에서 935.97로 256.68(37.8%) 올랐는데 이 중 56.6가량을 에코프로 한 종목이 끌어올렸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이 31조9712억원 늘어난 것을 합하면 두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45%를 끌어올린 셈이다.

기관·외국인, 초반엔 ‘소극적’

1998년 10월 설립된 에코프로는 2016년 5월 2차전지(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배터리) 소재 사업부문을 떼어내 에코프로비엠을 신설했다. 또 2021년 5월 대기오염 방지와 친환경 소재 사업부문을 분할해 주식회사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신설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두 자회사는 상장사다. 비상장 자회사로는 2차전지용 하이니켈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판매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있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자회사들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전기차 시장의 빠른 확대 속에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은 올해 실적이 말해주고 있다.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설 연휴가 끝나고 주식시장이 다시 열린 1월25일부터라 할 수 있다. 연휴 전 거래의 종가는 11만2900원이었다. 미국 정부는 앞서 3월31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에코프로는 2∼3일씩 짧은 조정을 거쳐가며 4월11일 종가 76만9천원(장중 최고가 82만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 뒤 4월21일 57만4천원까지 내렸다가 5월2일 73만3천원까지 반등하고 하락하는 것으로 첫번째 급등의 큰 파도를 그렸다.

누가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서 주가를 끌어올렸을까? 1월25일부터 2월3일까지 거래일수로 8일간 기관 투자가들은 15만주를 순매수했다. 소극적인 순매수였다.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44만주를 순매수했고, 그 뒤 더 공격적으로 에코프로를 샀다. 2월15일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량은 218만주였다. 이날 주가는 21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 뒤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개인 투자가였다. 2월16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선 개미들은 4월11일까지 360만주를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가들의 장밋빛 기대가 장래 기업가치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기관·외국인 투자가의 소극적 태도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종목에 대해 증권사들은 분석 보고서를 잘 내지 않는다. 특히 고평가돼 있으니 매도하라는 보고서는 극구 회피한다. 삼성증권이, 주가 13만7600원으로 마감한 2월3일에 목표 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한 보고서를 낸 뒤, 증권사들은 입을 다물었다. 오랜 침묵을 깬 것은 종가 76만9천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다음날인 4월12일 김현수 하나증권 분석가가 낸 보고서였다. 그는 에코프로가 “대단한 회사이지만, 이미 주가가 너무 올라 보유하기에는 나쁜 주식”(Great company, but bad stock)이라며, 12개월 목표주가를 45만4천원으로 제시했다. 팔라는 것이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는 조정기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에코프로의 1분기 매출액(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202.5%, 영업이익이 233.2% 증가해,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와 비슷하게 나온 것을 확인하고 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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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덕?

에코프로 주가는 5월15일 52만1천원까지 떨어졌다. 그 뒤 반등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6월7일 16.96% 폭등(종가 66만2천원)하며 다시 급등세를 연출했다. 특별한 호재는 없었지만, 휴일이던 전날 강력 매수를 추천하는 유튜브 방송이 많이 나왔다. 기대했던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 2차전지 쪽에 증시 자금이 다시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는 7월3일 20.4% 폭등하며 전고점을 가뿐히 넘어서 다시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2분기 판매량이 시장 예측치인 44만5천대를 넘어 46만6천대에 이르러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는 종가로는 7월25일 129만3천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다음날(26일) 장중 153만9천원까지 올랐다가 113만6천원까지 밀렸고, 27일에는 장중 96만1천원까지 밀렸다가 98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153만9천원에 샀다가 96만1천원에 팔았다면 손실이 37.6%에 이를 정도의 어마어마한 널뛰기였다.

두번째 급등이 이어지는 동안 적극적인 매수 세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었다. 7월11일부터 18일 사이 최문호 사장(2800주) 등 에코프로 임원들이 주식 1만3160주를 내다팔았지만,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김현수 하나증권 분석가는 8월4일 4개월 만에 새 보고서를 냈다. 적정 주가를 3일 종가 120만7천원의 절반도 안 되는 55만5천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에코프로 기업가치의 70% 이상이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온다며, 지분율을 고려한 에코프로비엠 보유가치 9조8천억원을 포함해 에코프로의 적정 시가총액이 11조8천억원이라고 했다. 지금으로선 에코프로에 대한 유일한 분석 보고서다.

가파른 성장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들이 모여들고,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려드는 종목은 ‘가치 평가’로는 투자 판단을 할 수가 없다. 투자자들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치를 보며 투자한다. 열기가 식으면 끝이다. 그 뒤 주가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을 따른다. 2021년 메타버스 관련주들이 비슷하게 급등한 적이 있다. 상승세는 몇달 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반짝 급등했다가 시들해졌다. 실적 호전은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계속 키워주는 강력한 재료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110만∼120만원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3차 급등을 가능케 할 재료가 무엇이 남아 있을지 투자자들은 아직 탐색 중이다.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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