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추 부총리 왼쪽은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0조2천억원 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난 정부에서 조세부담률이 급상승한 점을 들었다. 이젠 윤 정부의 두해에 걸친 감세에 따라 조세부담률 급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7일 한겨레가 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니, 올해 말까지 들어올 누적 국세 수입은 약 330조원이다. 5월까지의 누적 국세 수입(160조2천억원)과 올해 세금 걷히는 속도가 최근 5개년(2018~2022년)과 같다고 가정해 따져본 추산액이다. 330조원은 올해 정부 세입 전망치(400조5천억원)보다 약 70조원 적다.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은 뒷걸음질칠 공산이 높아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지방세도 국세와 비슷하게 덜 걷힐 거라 전제한다면,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23%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21% 정도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세부담률은 국세와 지방세 수입의 합산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조세부담률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17%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8.8%를 찍고 2021년엔 22%까지 상승했다. 보수-진보 두 정부 모두에서 과세 기반 확대 등 증세 정책을 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세부담률 하락은 재정의 ‘재분배’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 세수 감소가 고령화·노인 빈곤 문제 등에 대처해야 하는 정부 지출을 압박하고, 감세 정책은 주로 세금 낼 여력이 있는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21년 기준 전체의 35.3%로,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은 애초 깎아줄 세금이 없는 까닭에 각종 공제 확대 등 감세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소득 분배가 악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시장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8년 0.402에서 2019년 0.404, 2020~2021년 0.405로 소폭 올라갔다. 처분가능소득(세후 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2020년 0.331로 바닥을 찍고 2021년 0.333으로 반등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 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세금 및 사회보험료, 정부가 가계에 지급한 이전소득 등을 반영한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 간 차이(2020년 0.074→2021년 0.072) 축소는 정부 정책에 의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감세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이룬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걷고 중산층 이하 서민의 경우 재정 지출을 통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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