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전세사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경매 일시 유예 방안을 내놓은 뒤 정부가 후속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대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을 뿐이다. 다만 공공기관이 직접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은 최종 대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9일 범부처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어 경매 유예 실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전세사기 피해 대책 수립을 위해선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정을 지시했다. 태스크포스도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주재했다. 태스크포스는 경매 유예를 제외한 다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티에프에서 앞으로 집중적으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주에는 (대책의) 윤곽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대책은 찾지 못하는 대신 일부에서 거론된 피해 주택 공공매입 방안에 대해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고, 후순위 피해자에게는 갈 돈이 한푼도 없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형평성 등 고려 요인이 많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매입에 따른 일차 이익은 선순위 채권자(금융기관)에게 돌아간다”며 “(관련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공공이 피해자를 먼저 지원한 뒤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빠르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이 보증금을 주지 못한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 주택으로 전환해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공기관이 임차인(세입자)으로부터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한 뒤 경매 등 보증금 회수 절차를 대신해 임차인에게는 일정 수준의 보증금을 보전해주는 내용도 이 법안엔 포함돼 있다.
한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지시에 맞춰 금융권에 20일부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일시 중단을 요청했다. 대상은 최근 극단적 선택이 잇달았던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주택의 임대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금융기관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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