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 아파트의 현관. 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일시 중단을 금융권에 요청한 가운데, 피해 임차인의 우선 매수권 부여와 경매 낙찰금 대출 지원 등 여러 대책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공공이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이 살던 전셋집들의 경우 선순위 저당권을 잡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많아, “공공이 매입해도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에 국민이 동의하겠느냐”며 “이는 피해자를 돕는 방법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제3자가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더라도 임차인이 해당 낙찰 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권)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간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과거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이 운영된 바는 있지만 최고가에 사도록 돼 있어 운영 실적이 많지 않았다”며 “다만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겠다 싶어 저희(국토부)는 제안을 해놓은 상태고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시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다만 원 장관은 “우선매수권은 입법이 필요하고, 다른 이의 재산권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이 되거나 악용으로 인한 2차 피해도 생길 수 있어 정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경매 유예 기간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매 중단을 원치 않는 피해자도 있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경매를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야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의 피해 지원 미흡은 인지하고 있었다. 경매 유예 등 여러 방안을 두고 부처 간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한달여 진척을 못 시켰다”며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집중 검토에 돌입했다. 티에프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재한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들에 20일부터 경매 유예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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