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전세사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잇따라 3명의 젊은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가 피해 주택의 경매 유예를 추진한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하락하면서 이른바 ‘깡통 전세’가 속출했고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 나타났는데, 지금까진 도대체 무엇을 하다 이제야 부산을 떠는지 알 수가 없다. 무능과 무책임이라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여전히 뾰족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에 비극적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정부가 ‘긴급’이란 수식어를 달아 내놓은 대책은 저금리 대출과 주거지원 대책이다. 거의 전 재산을 날릴 처지에 몰린 피해자들에게 아무리 저금리라지만 또 대출을 받으라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주거지원이 얼마나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긴급 주거지원을 이용한 피해자는 두달 넘도록 10명도 안 된다고 한다. 피해자 규모를 생각하면, 대책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못 하는 것이다. 뒤늦게 내놓은 ‘경매 중단’도 이미 피해자들이 두달 전부터 요구해온 대책이었다.
이 문제는 한국 특유의 사적 계약에 기반한 전세 건에서 발생한 문제인데다, 선순위 채권 등이 얽혀 있어 단번에 만병통치약과 같은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깡통 전세’는 집값 변동 때마다 불거져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은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다. 그저 몸 누일 곳 찾는 가난한 청년들이 많았다. 피해를 입은 전세금의 상당수도 금융권 대출이 많다. 경매가 진행되면, 이들은 전세금도 날리고 빚만 떠안은 채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
전세사기가 활개 칠 수 있었던 밑바탕은 결과적으로 갭투자가 용이하도록 만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집값 안정 실패 등이다. 이들은 사기 피해자들인 동시에 정부 정책 피해자들이다. 이를 두고 ‘전임 정부’ 탓이니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는 연속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도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피해자 구제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천명이 억울한 피해를 입고 궁지에 몰려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시장이 실패할 때, 적극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