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 위치한 에쓰오일 사옥. 연합뉴스
글로벌 물가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시중금리 급등으로 막대한 초과이득을 누려온 국내 정유회사 및 은행에 이른바 ‘횡재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명확한 과세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9일 낸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과세요건과 관련해 “과연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가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통상 영업이익의 2~3배 이상이 발생한다면 초과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예년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에 일종의 초과이득세를 과세하는 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체계라서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규모도 증가하는 구조인데 여기에 초과이득을 추가 과세하려면 명확한 과세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정유사와 은행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 3건이 발의·계류돼 있다. 기재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만 나와 있을 뿐 법안소위원회의 본격 심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3개 법안은 △석유정제업자를 대상으로 초과소득 5억원 이상에 20% 세율로 부과(이성만 의원 대표발의) △석유정제업자 및 은행을 대상으로 초과이득에 50% 세율로 부과(유효기간 2024년 말까지)(용혜인 의원 대표발의) △과세표준액이 3000억원을 초과하면서 해당 사업연도의 총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소득금액을 120% 초과하는 모든 대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소득에 20% 세율로 부과(유효기간 2025년말까지)(양경숙 의원 대표발의)하는 방안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보고서에서 횡재세 소급입법 논의에 대해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연도에 소급 과세하는 건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국회 기재위 김경호 전문위원은 관련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서 “특수한 상황에서 정상이익을 초과하는 이익을 향유한 기업들에 일시적인 초과이익세 부과는 조세형평에 부합할 수 있고 영국·미국·이탈리아 등에서 초과이익세를 시행중(예정)이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외국의 독점적 석유채굴사업자와는 다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정유기업에 부과하는 것이 적합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주요국 대부분이 횡재세 부과대상을 에너지기업에 한정하고 있을 뿐 은행의 높은 예대마진에 초과이익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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