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여파, 코스피 2%대 급락.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대응에 발빠르게 나섰으나 금융시장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5%, 3.9% 폭락세를 연출했으며, 지방은행주가 줄줄이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10원 가까이 올랐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1.63(-2.56%) 급락한 2348.9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30.83(-3.91%) 폭락한 758.06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투자자가 각각 6397억원, 245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특히 주식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1조6154억원)가 집중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중소형 은행에 대한 유동성 불안이 부각되면서 우리를 비롯해 중국·홍콩·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에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며 “특히 선물에서 외국인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금융·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고 했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의 연쇄적인 붕괴 우려로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은행 주식이 폭락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이날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제주은행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4% 내렸고, 전북은행·광주은행의 금융지주사인 제이비(JB)금융지주는 5.43%, 부산은행·경남은행의 금융지주사인 비엔케이(BNK)금융지주는 4.02%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 주가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하나금융지주(-3.86%), 케이비(KB)금융(-3.78%), 우리금융지주(-3.42%), 신한지주(-2.64%) , 기업은행(-3.03%)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 폭탄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30원 오른 1311.10원에 장을 마쳤다. 위험회피 심리가 부상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려드는 현상도 이날 환율 상승(달러 강세 및 원화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9일 연 4.900%였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소식이 전해진 10일 4.588%로 급락한 데 이어 13일에도 4.030%로 재차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13일 하락세는 미 국채 금리 역사에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36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키움증권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슈가 단기에 끝날 요인은 아니고 자본시장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라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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