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의 1대 주주로 오르면서 에스엠의 경영권 다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는 예정보다 일찍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사들였다고 22일 공시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에스엠의 1대 주주로 올랐다. 앞서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지분 14.8%를 422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애초 하이브가 에스엠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한 날은 다음달 6일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12일 앞당겨 대금을 치르고 거래를 최종 매듭지은 것이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하이브가 하루라도 빨리 최대 주주에 올라 안정적으로 에스엠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팬·아티스트·구성원·주주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하이브와 에스엠이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유니버설뮤직그룹·소니뮤직·워너뮤직)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기업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에스엠 현 경영진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신주·전환사채를 카카오가 가져오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에스엠-카카오 연합’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에스엠 사태의 첫째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결과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유성)는 22일 오전 10시30분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에스엠 현 경영진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경영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법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가 낸 에스엠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에 이 전 총괄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에스엠-카카오 연합’의 1차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은 늦어도 3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신주 발행이 취소되는 만큼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 30%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분 9.05% 없이 시작하기엔 현실적으로 벅차다. 인수 경쟁자인 하이브가 이미 14.8% 지분을 가진 만큼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사실상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카카오가 2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 다툼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카카오가 추가로 지분 매수에 나서면 경영권 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에서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한 만큼 실탄도 두둑하다.
두번째 변수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다. 표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개매수를 통해 에스엠 지분을 추가로 25%가량 더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분 경쟁에 합세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에스엠 주식은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얼라인파트너스(1.1%) 등이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 대주주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다툼은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세번째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 심사다. 자산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상장 회사 주식을 15% 이상 사들이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두 회사 결합으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시장 지배력을 획득해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를 놓고 따진다.
장철혁 에스엠 CFO. 에스엠 유튜브 영상 갈무리
장철혁 에스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일 오전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에스엠과 하이브가 합쳐지면 전체 케이팝 시장 매출의 66%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 지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스엠과 하이브의 앨범·음원 수익을 더하면 시장 전체의 70%, 공연 수익을 더하면 89%에 이르러 케이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얘기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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