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세워져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너, 올해 배달 오토바이로 어디까지 가봤니?’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자락, 사회적 거리두기 해지, 배달 수수료 인상 논란 등으로 어느 때보다 복잡했던 2022년 배달앱 시장. 라이더들 사이에서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연말결산 인증이 화제다. 이동 거리, 배달일수, 배달 건수 등 배민커넥터들의 한 해 배달기록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사례도 많다. 올 한 해 치열했던 배달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23일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2022 연말결산’을 보면, 올해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한 라이더는 ‘서울↔런던’을 2번 왕복했다. 서울에서 런던까지의 거리는 8871㎞로, 두 번을 왕복했다면 3만5484㎞에 이르는 거리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배민 라이더로 일 한 사람은 4185시간을 일했다. 하루 평균 11시간씩 365일을 일해도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배민 관계자는 “실제 라이더들의 운행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뽑은 수치로, 한 해를 결산하고 커넥터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특이한 기록도 눈에 띈다. 하루 만에 걸어서 3730칼로리를 태운 사람(배달대장정상), 자전거로 4253칼로리를 태운 사람(무한에너지상), 한 해 동안 치킨을 2132번 배달한 사람(닭을이끌었상) 등이다. 한 배달 라이더는 <한겨레>에 “눈 오고 비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하고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기록을 세운 라이더가 있다니 놀라울 정도”라며 “배민에 (커텍터로) 등록한 라이더는 기록을 볼 수 있어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증샷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라이더가 커뮤니티에 올린 인증샷이 화제를 모았다. 커뮤니티 갈무리
실제로 라이더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배달기록을 공개하며 한 해를 결산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 라이더는 345일을 일했고, 1만5688건을 배달했으며, 서울에서 뉴욕보다 먼 거리를 이동한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 라이더는 올해를 결산하며 ‘3년간의 개인회생 졸업, 지인에게 빌린돈 3천만원 모두 상환, 3천만원 저축’이라고 정리했다. 라이더들은 “성실의 표본이다” “배민이 상을 줘야 한다” “존경스럽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찬사를 보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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