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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쌀값 하락 막으려 쌀 45만톤 ‘시장격리’한다

등록 2022-09-25 17:28수정 2022-09-26 02:45

농림부, 10∼12월 수확쌀 45만톤 격리
공공비축물량 45만톤 포함 총 90만톤 격리
90만톤은 올해 예상 쌀생산량의 23.3%
“역대 최대 규모 격리로 쌀값 회복 기대”
전문가 “생산면적 줄일 근본대책 필요”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에서 50여년째 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벼 베기를 마친 뒤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에서 50여년째 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벼 베기를 마친 뒤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부가 급격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수확기인 10∼12월 중에 45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확기 쌀 시장 격리로 쌀값 일부 회복이 예상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쌀 의무매입법(양곡관리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벼 생산 면적을 줄여나갈 대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논의 결과를 전했다. 김 차관은 “올해 예상 초과 생산량(25만톤)보다 많은 총 45만톤을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며 “45만톤은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수확기 시장 격리 물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5만톤 가운데 구곡은 우선 10월20일 전후로 매입하고, 신곡은 12월 마지막주에 매입 가격을 확정할 사들일 예정이다. 이번 시장격리에 필요한 예산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올해 공공비축미 물량 45만톤까지 포함하면 총 90만톤이 수확기에 격리되는 효과가 생긴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90만톤은 올해 예상 쌀 생산량의 23.3% 규모다.

정부·여당은 이번 쌀 시장 격리로 쌀값이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산지 쌀값(정곡 20㎏, 9월15일 기준)은 지난해 5만4228원에서 올해 4만725원으로 25% 가까이 폭락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예전 사례를 보면 쌀 격리 뒤에도 쌀값이 하락한 경우가 많았지만, 2017년에는 연간 예상 초과생산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수확기에 격리한 뒤 쌀값이 올랐다”며 “이번 격리 조처를 통해서도 쌀값이 적정수준으로 (상승)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쌀 시장 격리는 농가 소득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망’으로 써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쌀 소비 감소 추세에 맞춰 농가가 쌀이 아닌 다른 농작물 생산에 나서게 함으로써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도 밀·콩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 직불제’로 벼 재배 면적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 한석호 충남대 교수(농업경제학과)는 “매년 쌀 재배 면적은 1%씩 줄고 있어 속도가 더디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쌀을 계속 사주는 것은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을 해소해갈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생산 쌀을 의무 매입(시장격리)하는 양곡관리법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을 설득하되, 여의치 않으면 이번 정기국회 안에 단독처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정훈 의원은 <한겨레>에 “사후적 시장격리로는 구조적 과잉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 대책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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