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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요금=정치요금’ 논란 속…윤석열 기재부 어디에 손 들까

등록 2022-06-18 11:00수정 2022-06-18 18:34

[한겨레S] 김영배의 경제 들여다보기
새 정부 첫 연료비 단가조정

한전 적자, 에너지값 폭등이 주원인
3분기 연료비 단가 조정 코앞으로
기재부 물가안정 들어 반대할 수도
“연료비 연동제 바로 작동케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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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20일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가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세를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16일 제출한 데 따라 이어지는 절차다. 이번 인상안은 1년에 네차례 분기별로 조정하게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는 내용이며, 인상으로 결정되면 한전을 통해 21일 발표돼 7월부터 적용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기요금 조정은 처음 맞닥뜨리는 일이다.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이 정부의 향후 에너지정책 방향을 가늠케 하는 실마리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다.

전기요금 손대지 못하게 한 ‘업보’

올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은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3~5월 국제 에너지가격 흐름에 바탕을 두고 마련됐다. 3~5월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쳐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가격이 폭등세를 탔던 시기다. 연료비 조정단가의 한도를 꽉 채워 올리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현행 요금체계상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한국전력이 막대한 적자로 궁지에 몰려 있다는 사정이 여기에 덧붙는다. 산업통상자원부, 국민의힘 쪽에서도 “인상 불가피” 뜻을 밝히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하지만 분기별 인상 한도(연료비 조정단가) 3원까지 올리는 정도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h당 110원 수준인 현행 전기요금에서 3원이면 2.7% 정도 올리는 셈인데, 연료비는 몇배로 오른 상태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에너지) 시장에 줄곧 부정적 신호를 주고 있었다”며 “제도에 근거한 한도 정도로는 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내부에선 연료비 급등을 반영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경제정책 지휘부인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결정 또한 기재부 손에 좌우되는 수가 많다. 한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내걸고 잇따라 강조하다 보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원가 연동형 요금체계의 취지와 달리 에너지가격 상승세를 연료비 조정단가에 반영하지 않는 일이 지금껏 줄곧 이어졌다는 전례 또한 한전 내부의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앞둔 지난 3월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33.8원으로 산정하고 소비자 보호 장치에 따른 분기별 조정 상한을 적용해 3.0원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동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로 결정한 2분기 조정은 한 예일 뿐이다. 원가연계형 요금체계 적용 첫해인 지난해 2·3분기와 올해 1·2분기 때도 모두 동결됐다. 지난해 4분기에 3.0원 올린 것은 앞서 1분기에 3.0원 내린 것을 원상복구하는 수준이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별 최대 3.0원, 연간 5.0원까지만 인상할 수 있게 돼 있다.

현행 체계에서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으로는 연료비 조정단가 외에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이 있다. 정부는 이 중 기준연료비는 올해 4월 ㎾h당 4.9원 인상했으며 오는 10월 4.9원 추가 인상하기로 돼 있다. 기후환경요금도 지난 4월 2.0원 올린 바 있다. 지난해 12월 예고한 데 따른 조처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연료비 조정단가에는 한도(분기 ±3원, 연간 ±5원)를 두고 있어 국제 에너지가격이 오른 것에 비하면 원가 보전을 하기 불가능한데 그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문제(한전 적자 누증 등)를 악화시켰다”며 “불완전한 현행 제도에서나마 일단은 준칙대로 운영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발전연료비가 올랐음에도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정부 간, 세대 간 부담 떠넘기기일 뿐이라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한전이 요금을 제대로 못 받은 데 따라 생겨난 적자를 빚(채권 발행)으로 메우면 거기에 이자가 붙고, 결국엔 일반 재정, 궁극적으로는 미래 소비자에게 짐이 넘어간다는 뜻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전 2020년까지 시행된 기존 전기요금 체계에선 매년 12월에 직전 1년의 평균연료비를 계산해 전기요금에 조정값을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2020년 전기요금은 2018년 12월~2019년 11월의 평균 연료비를 따져 결정했다.

‘전기요금=정치요금’ 계속되는 논란

연료비 등락을 분기별로 전력 소매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의 새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은 경제적 변수보다 정치적 고려가 더 강하게 개입된 탓이었다. ‘전기요금은 곧 정치요금’이란 말이 파다했던 배경이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 정부에서 야당이던 국민의힘 쪽은 ‘탈원전 탓에 한전 적자가 쌓이고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식의 주장을 줄곧 폈고, 이는 전기요금에 손을 대기 어렵게 만들었다. 원전의 발전 비중에 별 변화가 없었다는 사정에 비춰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당시엔 정치적 효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여당으로 바뀐 지금의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일종의 ‘업보’를 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금을 묶어둔 만큼 정책의 탄력성을 떨어뜨린 결과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유승훈 교수는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선 요금을 50%가량 올려야 할 상황이나, 소비자 보호나 국민 수용성도 고려해야 하므로 연료비 상승만큼 요금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과 달리 판매사(한전) 독점 구조인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선 “(연료비가) 오를 때 (요금을) 천천히 올리고, 내릴 때도 천천히 반영해 변동성을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현행대로 작동만 하면 충분치는 않아도 한전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게 설계돼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진단이다. 분기별 3원이란 한도가 작은 것 같지만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같은 별도 부과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한도까지 올리면 올해 연간 전체적으로 ㎾h당 20원가량 올라 상승률로 20%에 가깝다. 이 정도면 한전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수준은 되고 이는 발전사업 생태계 유지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적자 누적에 맞닥뜨린 한전이 전력 도매가격을 낮추려고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면 발전 회사들이 곤경에 빠지고 이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컫는 대목이다.

김영배  |  경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친 뒤 산업 현장 취재를 맡고 있다.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휴버먼의 자본론>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 <관료제 유토피아> 등을 번역해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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