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이익 5656억 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6조4641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 증가했다. 순손실은 5조9천259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전력이 16일 연료비조정단가를 kWh당 3원 인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세부 이행계획 등을 내놨다. 출자 지분과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한 데 이어 필리핀 석탄화력발전소 연내 매각 등을 통해 총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이루겠다는 게 뼈대다. 한전의 누적 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입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왜곡된 전기요금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육지책일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16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요인 최소화를 위한 한전의 재무개선 및 경영혁신 노력’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경영추진실’을 만들어 빚 청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도 했다.
한전은 이날 정부에 전기요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협의 요청도 했다. kWh당 3원 인상만으로는 적자를 줄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연료비 급등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재산정,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폭 확대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직전 연도 대비 최대 ±5원이다.
한전이 내놓은 자구 방안을 보면, 먼저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과 해외 사업 중단 등을 통해 적자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14.77%와 신안태양광 투자 지분 매각 등으로 이미 4천여억원을 확보했고, 필리핀 세부 발전소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경영권 유지 범위 내에서 가스 등 일부 지분 매각 추진 계획도 내놨다. 인허가나 대체부지 확보 같은 제약 조건이 없는 부동산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의정부 변전소 잔여 부지 등 사옥 부지 2곳과 한전기술 용인사옥 등을 매각해 1천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설비 투자 시기 조정과 비용 절감도 추진한다. 발전소 계획예방 정비 기준을 최적화해 경비를 절감하고 출연사업들을 재검토해 7천억원을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연말까지 1조5천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유연탄을 공동구매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확대 등도 꾀한다. 당장 전력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신재생건설사업 등의 투자시기도 조정한다. 이번 발표는 지난달 18일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공기업 5개사, 한국전력기술 등 11개사가 ‘전력 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 계획을 확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처이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지난달 18일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하지만 ‘찔끔’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과 자구책만으로는 한전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적자 폭이 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안팎에서도 전기요금 현실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인상보다 인상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기후솔루션도 지난 3일 ‘한전 적자, 검은 진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한전 적자의 원인은 석탄과 엘엔지(LNG) 등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수입 석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산 발전용 유연탄의 지난 4월 기준 가격은 톤당 최대 292달러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톤당 127달러)에 비해 2.8배 높다. 같은 기간 연료용 천연가스 가격은 1.9배 올랐다. 그 결과 한전이 전력 도매 과정에서 9조1천억원의 추가 지출을 했는데, 이 가운데 석탄 발전이 2조9천억원, 엘엔지 발전이 5조2천억원 등 화석연료가 90%를 차지했다. 연료비 상승을 이유로 발전회사들로부터는 평균 181원/㎾h에 전력을 구매했지만, 물가 등 여파를 고려해 소비자에게는 110원/㎾h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연료비 상승에 따른 손실을 한전이 자기자본으로 떠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한전의 재무 상황 문제는 자산 매각 등으로 풀기에는 너무 복합적이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기본이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와 전력도매가격(SMP) 규제 문제 등이 추가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의 자산 매각 대상에서 2025~26년께 완공 예정인 베트남 붕앙 석탄화력발전소와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 화력발전소 등이 빠져 주목된다. 국외 투자그룹과 기후환경단체 등은 개발도상국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 중인 기업을 향해 “투자를 중단하지 않으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석탄발전이 경쟁력을 읽었을 때 ‘좌초자산’으로 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아직 건설 중이라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일단 완공한 뒤 공개입찰을 진행할 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해당 국가와 투자 기업과의 지분 매각 제한 조항 등의 계약 조건 문제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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