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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깻잎도 사치인 봄…“만원은 잔돈” 4% 물가 더 간다

등록 2022-04-05 14:21수정 2022-04-06 02:42

3월 물가상승률 4.1%…10년3개월 사이 최대
풋고추 32%, 파프리카 48%, 휘발유 17% 뛰어
우크라이나 침공 따른 원유·곡물 가격 상승 영향
고물가 상당기간 지속 전망…유류세 인하폭 확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최지영(38·이하 가명)씨는 일주일째 당근마켓(중고거래 앱) 검색 중이다. 지난 3월 초부터 주말에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는 그는, 학교를 오갈 때 탈 중고 자전거를 찾고 있다. 체력을 키우려는 이유도 있지만 최씨를 자전거로 이끈 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이다. 그는 “보름 전 주유하러 갔다가 휘발유가 리터(ℓ)당 2000원 넘는 거 보고 뭔가 수를 내야겠다 싶었다”며 “아내는 이미 웬만한 거리는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는 운전대 잡은 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조이영(44·서울 성북구)씨는 결국 생활비 지출액을 올려 잡기로 결심했다. 아이들 교육비를 충당하고 저축을 늘리려 생활비를 2년 넘게 묶어왔던 그다. 조씨는 “마트에 갔더니 조그만 참외가 4~5개에 9천원, 시금치 한단 5천원, 감자 2개에 5천원이다. 10만원 들고 가도 장바구니 다 채우지 못한다”며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남편도 유류비가 부족하다며 용돈 인상을 요구하더라”고 말했다.

외벌이 가정의 주부 유미나(41·서울 동대문구)씨는 장을 볼 때마다 1만원은 ‘잔돈’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아이 둘을 키우는 유씨는 “가뜩이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작은 사업을 하는 남편의 수입이 줄었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죽을 맛”이라며 “과자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전부 올라서 아이들 간식비도 줄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남수(33)씨는 팀 총무로서 회식비를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코로나19 유행도 있으니 저녁 9시까지만 먹기로 하고 삼겹살 회식을 했는데 예상보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이 컸다. “예전에는 많이 먹어도 50만원은 안 됐는데 지난주 금요일 회식에선 80만원이 넘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2년간 거의 회식을 하지 않아 회식 예산이 넉넉히 남아 있었길래 망정이지, 자칫 부장님한테 잔소리 들을 뻔했다”며 “거리두기가 다 풀려도 월 1회 회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만원으로도 장바구니 채우기 힘들어요”

소비자물가가 결국 4%대에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3%대에 올라선 이후 5개월 만에 상승률이 1%포인트 더 확대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돈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앞으로도 높은 물가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물가가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같은 기간 3.3% 올라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오르지 않는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특히 최근 3개월 새 급격히 상승 폭을 키운 품목도 적잖다. 풋고추가 지난해 말 대비 31.6%(서울 기준) 오르는 등 삼겹살에 곁들여 먹는 깻잎(17.2%), 파프리카(48.0%) 모두 두자릿수로 올랐다.

품목 단위당 지출액이 큰 기름값 상승률은 단연 두드러진다. 경유와 휘발유가 불과 3개월 만에 각각 22.0%, 16.5% 뛰었다. 이외에도 샴푸(15.3%), 모발염색약(15.4%)도 최근 오름폭이 컸던 품목이다.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였던 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물가 문제는 현재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날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우선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10%포인트를 추가, 30%로 확대해 내달부터 7월까지 3개월 시행한다. 정부는 하루 40㎞ 주행할 경우 휘발유 기준 월 3만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용 화물차, 버스, 연안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원하고, 택시·소상공인 등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용 부탄(LPG)에 대한 판매부과금은 30% 감면하기로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에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새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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