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파트.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2021년 주택 공시가격’ 기준으로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민·중산층뿐만 아니라 고가 1주택 소유자까지 보유세는 물론 공시가격에 연동되는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이 줄게 됐다. 하지만 해당 연도 공시가격이 아닌 전년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조세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은 추가 부담 완화를 공약한 터라 실제 세금 인하 폭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정부 발표를 보면, 올해 1세대 1주택자(2022년 6월1일 기준)는 올해 공시가격이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부세가 부과된다. 기존 대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할 경우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날 예정이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한 해 전보다 17.22%나 뛰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오는 6월1일 이전에 주택을 매각할 경우 같은 혜택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공시가격대로 보유세를 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6월1일이 재산세 과세기준일이어서 그 이전에 지방세특례제한법(재산세)과 조세특례제한법(종부세) 개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공시가격이 12억5800만원인 1주택 보유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각각 392만원, 34만원 내야 했지만 이번 조처로 지난해 공시가격(11억원)이 적용되면서 재산세 325만원만 내면 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에만 부과되는 터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수십억원짜리 고가 1주택자도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6만9천명도 이번 조처로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종부세 납부유예 제도도 도입한다. 총급여 7천만원(종합소득금액 6천만원) 이하 60살 이상 1주택 보유자는 종부세액이 100만원을 웃돌 경우 과세 대상 주택의 양도·증여·상속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다.
1세대 1주택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도 준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공시가격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조처는 지난해에 줄 이은 완화 조처에 이어 나왔다. 지난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율 특례 적용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했고, 종부세 과세기준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1억원 초과로 상향한 바 있다.
정부는 1세대 1주택 실수요자 등의 보유세 부담을 덜고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해연도 소득과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일반 원리와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조세 정책의 신뢰성 훼손은 물론 조세 원칙을 허무는 일”이라며 “한번 무너진 조세 원칙은 계속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화 방안을 마련한 기재부 내부에서도 조세 원칙을 거슬렀다는 평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보유세 부담은 더 줄어들 공산도 있다. 윤 당선자가 보유세를 ‘2020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산정하겠다고 공약한 터라 향후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더 큰 폭의 감세안이 나올 수 있어서다. 2년 연속 고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터라 2020년 공시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쓰면 종부세 부담은 크게 준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진행했으나 상호 공감대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공시가격은 인천(29.33%)·경기(23.22%)가 한 해 전보다 20% 이상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17.22% 상승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4.22% 올랐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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