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승 쿠팡대표가 1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를 인터뷰한다고 하자, 어느 후배가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내 삶은 쿠팡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해서 한참 웃었다. 쿠팡이 그 정도인가. 하긴 요즘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코로나’와 ‘쿠팡’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쿠팡만큼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기업도 드물다. 매년 엄청난 매출 증가를 기록하지만, 어떻게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6만명을 직고용해서 단일 기업으론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산업재해가 많고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는 비판 또한 많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김앤장 변호사에서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강한승 대표이사를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서 10일 오전 만났다. 쿠팡 본사는 코로나로 직원 90%가 재택근무중이라, 조용한 걸 넘어 적막감이 감돌 정도였다.
전통 유통시장에선 양립 불가능하다 여긴‘트레이드 오프’(trade-off) 깬 게 성장 비결삼성전자처럼 한국 기업이면서 글로벌 기업
시장 평정 뒤 가격 인상? 그런 일 없을 것
― 요즘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코로나’와 ‘쿠팡’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쿠팡이 대중화되고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일 텐데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쿠팡이 여러 면에서 국민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 대기업 중심의 전통적 유통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빠르고 편리한 배송과 반품, 그럼에도 낮은 가격, 게다가 없는 물건이 없는 다양한 선택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와우’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요. 편의성과 가격, 상품의 다양성은 과거 전통적 유통시장에서는 양립 불가능한 상충관계, 즉 트레이드 오프(trade-off)로 여겨지던 것인데 저희가 이런 트레이드 오프를 깸으로써 고객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변화는 다방면에서 일어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개인의 삶과 환경 측면에서 효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십만의 소상공인들이 쿠팡을 통해서 매년 5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고, 직고용 기준으로 약 6만명의 직원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쿠팡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우리 직원에 대한 책임감,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사회상과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건 외형적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혁신을 통해 트레이드 오프를 깨면서 고객, 직원, 소상공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사회적 가치와 당연히 양립해야 한다고 보고요, 만약 그렇지 않은 순간에 고객들은 저희를 쉽게 떠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최저가 보장과 로켓배송이란 기조는 소비자들에겐 편리할 수 있지만, 쿠팡 직원과 택배 노동자들에겐 매우 강도 높은 노동조건을 요구합니다. 최근 4~5년새 쿠팡의 산재 건수가 5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있구요, 지난 1년간 쿠팡 현장에서 9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는 언론보도도 봤습니다. 그동안 노동자의 안전에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닙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습니다. 저희에게 고객중심 가치와 근로자의 안전은 똑같이 소중하며, 어느 하나를 위해 나머지가 희생된다는 말에는 결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쿠팡이 우리나라 택배물류업계에서 다른 어느 회사보다 나은 근로조건과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쿠팡보다 더나은 근로조건과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택배물류 회사가 국내에 단 한 곳이라도 있다면 그 사례를 제시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택배물류업계는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고, 근로기준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주 70여시간 근로를 하고, 연차휴가 없이 주 6일을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쿠팡은 택배물류업계 최초로 1만명이 넘는 배송기사를 직고용했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 15일 이상의 연차휴가, 4대 보험 보장, 4400여명의 분류전담인력을 배치해 왔습니다. 쿠팡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해 건강이 염려되는 직원들에겐 4주간 유급으로 업무를 중단하고 건강 개선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작은 사고에도 모두 산재 처리를 보장합니다.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고 산재보험도 부여하지 않는 다른 대형 택배회사와 비교해서 ‘쿠팡의 산재 건수가 더 많다’고 비판하는 건, 저희로선 정말 억울합니다. 또한 저희의 고용 인원이 최근 5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늘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기간 동안 산재 건수의 증가만 언급하는 것은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은 창립 이후 지난 10년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은 한 건도 없었고, 다만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1건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을 뿐입니다. 글로벌기업인 아마존, 페덱스나 유피에스(UPS)보다도 훨씬 산재 건수가 적은 걸로 압니다. 올 1월에 ‘택배과로사 사회적합의기구’에서 택배 노동자의 근로시간 60시간, 분류전담인력 순차·단계적 도입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는데, 쿠팡은 이미 주 52시간, 분류인력 4400명 배치 등을 실행해 왔습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직고용을 통한 주5일제 근무를 실천하는 쿠팡을 모범사례로 제시한 바가 있는데, 저는 쿠팡이 시행하는 이러한 선도적인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을 업계의 표준으로 삼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 최저가와 로켓배송이라는 쿠팡의 전략엔 항상 두가지 의문과 우려가 따라붙습니다. 하나는, 한국은 대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아마존처럼 쿠팡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흑자를 낼 수 있겠냐는 점이구요, 또하나는 만약 그렇게 시장을 평정하면 결국 그 뒤엔 가격 인상으로 적자 보전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두가지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대형 포털사이트와 다수의 유통 대기업들이 직접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에서 아마존은 시장 점유율 50%에 달하는 절대 강자이지만, 저희는 매출 기준으로 네이버, 에스에스지(SSG)에 이은 3위이고, 시장 점유율도 약 13%에 불과합니다. 그 점에서 미국에서 아마존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한국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쿠팡을 찾는 이유는 빠르고 편리한 배송과 반품, 낮은 가격, 다양한 상품군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가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모두 동시에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저희의 존재 이유는 고객 중심으로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지속적으로 깨는 것인데, 만약 저희가 성장에 안주하여 이런 노력을 중단한다면, 그 순간 저희는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거고, 고객은 손쉽게 다른 선택지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우려는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언제까지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흑자를 낼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합니다.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과감한 생각과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현재 쿠팡은 고객만족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쿠팡에 가장 뼈아픈 사건은 아마도 지난 6월 발생한 덕평 물류센터 화재일 겁니다. 완전 진화까지 6일이 걸렸고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한분이 사망했습니다. 너무 심한 내부통제와 안전불감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거치면서 강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그날 오전에 화재 소식을 보고받고, 또 조금 있다가 직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고 화재도 대부분 진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숨어있던 불씨가 다시 번지면서 현장 지휘를 하시던 소방관 한분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졸였는데, 결국 안타까운 일이 생겼습니다. 다시 한번 유가족들에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뒤로 불이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6일간은 저로선 굉장히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과거의 다른 대형 물류센터 화재와 달리, 당시 근무하던 280명의 쿠팡 직원들이 화재 신고 후 5분만에 전원 안전하게 대피하여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당시에 확인되지 않은 여러 주장들이 일부에서 제기되었으나,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습니다. 저희는 그간 600여명의 안전 전문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고, 안전관리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노력해 왔고 ,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물류센터에 대한 안전 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 올해 3월 뉴욕 증시 상장을 해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현재 주당 26달러 안팎입니다. 상장 첫날 시초가(63.50달러)와 비교하면 흔한 말로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주가 하락의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저는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이고, 장기적으로는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주가는 여러 요인에 따라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오로지 고객을 중심에 두고, 고객을 위해 트레이드 오프를 깨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 미래가치를 키워나가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마트 등 대형 쇼핑몰에 비해 쿠팡 같은 기업은 규제를 덜 받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자는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이야기한다면,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같이 미국내, 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영향력이 독보적으로 높은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하여 쿠팡은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합니다.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에서는 대부분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1위 업체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만이 그 예외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테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혁신의 역동성과 성장을 저해하지 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도의 규제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의 도입이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기득권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쿠팡이 고속성장하는 와중에 이마트가 이베이를 인수하고 롯데도 이커머스 시장의 진출 속도를 높이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재벌 또는 대기업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들 기업과 비교해서 쿠팡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저희는 오로지 저희 고객들에 대한 감동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려고 하고 있고, 경쟁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유통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대기업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으나 고객을 위한 혁신 차원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트레이드 오프를 깨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6만명을 직고용하고 있고, 이미 수조원을 투입해서 전국 100여곳에 물류인프라를 구축했고, 현재도 10개 지역에 약 1.5조원을 투자해 물류인프라를 지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물류에 대한 투자와 고용을 하는 유통기업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회고록 남기지 않은 아버지 강신옥 변호사10·26 변론 노트에 김재규 직접 가필하기도현대사 육필자료, 정리해 공개할 책임 느껴
― 강 대표님은 판사와 변호사를 지냈는데, 어떻게 쿠팡과 인연을 맺게 된 겁니까?
“쿠팡이 2014년 로켓 배송을 처음 도입했을 때, 그때 우리나라 화물 운수업계는 지입제로 운영되는 화물 운수사업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업계 최초로 배송인력들을 직고용하고 차량도 직접 구입해서 서비스를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기존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소송전으로 비화했습니다. 그때 제가 변호사로서 그 사건을 맡았습니다. 저희가 소송을 이겼고, 그게 인연이 돼서 쿠팡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법률 문제와 경영 전반에 관해 자문을 하다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 최근 네이버 경영진 개편에서 새 최고경영자(CEO)에 법률 전문가가 발탁된 게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법률 전문가들이 빅테크 기업의 시이오(CEO)로 발탁되는 건 새로운 법률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제가 다른 회사의 경우는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고 또 김범석 창업자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으니까 쿠팡은 결국 미국 기업 아니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뭐라고 말하십니까?
“쿠팡은 한국에서 6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또 많은 매출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한국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구요, 또다른 측면에선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을 하니까 글로벌 기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국내에서 많은 고용과 매출을 창출하면서 삶에 변화를 주고 있는 점이 기업 국적을 따지는 것보다 의미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대답하시는 걸 보면, 언론에 서운한 게 많은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웃음) 그런 서운함과는 별개로, 쿠팡 스스로 돌아볼 때 이런 건 좀 개선해야겠다 하는 점은 뭐가 있습니까?
“일부 언론의 시각도 있지만, 저희가 직접 접하는 고객들의 생각은 언론의 평가와는 좀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어쨌든 외부의 여러 시각에 대해선 저희가 소통을 좀더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요즘 들어서 그런 노력을 굉장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좀더 지켜봐 주시면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버님이 얼마 전 돌아가신 강신옥 변호사이십니다. 강 변호사님은 우리나라 인권변호사 1세대로,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에 민청학련 사건이나 김재규 사건 등을 변호하신 걸로 유명합니다. 법률가인 강 대표가 기업 시이오(CEO)로 간다고 했을 때 아버님 반응은 어땠습니까?
“워낙 잘 알려진 법조인이신 아버지의 존재는 저에게는 큰 산과 같았지요. 공인으로서 살아오신 아버지의 삶에 대한 부채의식이 저에겐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판사를 그만두고 1960년대에 미국 유학을 하셨고, 또 인권변호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저도 법조인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하는 것에 더 쉽게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지난해 병상에 계실 때 병원에서 아버지와 산책하면서 조심스레 이직 문제를 말씀드렸는데,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흔쾌히 격려해 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 강 변호사님은 생전에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김재규 사건 등 우리 현대사의 귀중한 변론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을텐데, 정리해서 책으로 낼 생각은 없습니까?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장면에 아버지가 계셨고, 거기에 관한 육필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1979년 10.26 재판 자료 중엔 아버님 변론 노트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직접 가필한 부분도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워낙 1차 자료들이어서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아들인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와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릴만한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재벌 중심의 경제구도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구도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쿠팡이 그 계기를 마련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여개의 유니콘을 배출한 가장 활발한 창업국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혁신적 기업들이 많이 나와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고용과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이런 점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