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담화를 발표하면서 집값이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면서도 치솟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안정화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 6월 초부터 홍 부총리는 향후 집값 하락을 경고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거꾸로 반응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8일 노형욱 국토부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해 “주택수급 요인만이 현 시장 상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도한 상승 기대심리와 부동산 시장 왜곡 행위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시장수급과 별개로 불확실성 등을 토대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된 모습”이라며 “불법·편법거래와 시장교란행위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지속해서 오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과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국제기구가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전문가 패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됐다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고점에 근접했다”며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을 밝히는 등 이미 수차례 ‘경고등’을 켜온 바 있다. 하지만 6∼7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랐다. 또 홍 부총리는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 향후 시장과 유동성 상황, 객관적 지표,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라며 주택 구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향후 집값 하락폭에 대해서는 시장 예상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이 조정 여지가 있다”면서도 “언제, 얼마만큼 등 수준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거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시장 단속 계획도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올해 가계부채증가율을 5∼6% 이내로 관리하는 가운데 하반기 실수요자 이외 부동산대출은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4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가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연중 단속하겠다”고도 했다. 4대 시장 교란행위는 △내부정보 불법활용 △가장매매 등 시세조작 △허위계약 등 불법중개 △불법전매 부정청약 등이다.
아울러 이른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해선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당분간 제도 안착을 위해서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세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점검이나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관찰하면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집값이 고점’이라는 경고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며 “여전히 공급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이를 잠재울 대책을 내놓아야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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