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지난 4월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려 시민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자료와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고양/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은 농촌 지역 한 곳을 골라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기본소득 실험과 다르다. 이러한 정책시도는 기본소득이 농촌지역 주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의 기대 효과는 무엇이고, 이를 어떤 지표로 측정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의 기대효과를 생각할 때 주로 논의되어 온 것은 노동참여의 변화였지만, 최근엔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공동체 활동까지 수혜자의 삶의 전반에 대한 변화를 측정하고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최근 다수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농촌기본소득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지를 설계하는 연구를 맡은 필자는 이런 의견들을 두루 반영해 기본소득이 주민들 개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설문설계에서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성 평가를 위해서 연구의 영역을 크게 개인의 삶과 공동체 활동으로 구분했다(<표> 참고). 첫 번째 영역에서는 기본소득 수혜의 기본단위인 지역주민의 개인적 차원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는지를 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행복 및 삶의 질, 신체적·정신적 건강, 고용 및 경제적 상태, 주거여건, 가족건강성, 소비 및 여가활동 등을 측정한다. 두 번째 영역에서는 개인의 집합체 개념인 지역사회 차원의 공동체 활성화나 집합적 영향 효과 등을 보고자 했다. 세부적으로 지역단위 효과는 포용성, 사회자본, 지역경제순환, 지속거주 희망수준, 공동체 의식 및 정치 의식, 환경 의식 등을 측정한다.
<표>에 제시된 측정지표 모두가 중요하겠지만 기본소득이 농촌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개인 단위의 설문을 통해 측정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경우, 보다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한 측정지표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일차적으로 기본소득이 개인의 소비 및 여가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의 행복 및 삶의 질에 부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 차원의 변화는 각 개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 활동 있어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를테면 포용성, 사회자본, 공동체 의식 및 정치의식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포용성을 측정하기 위해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전과자를 이웃으로 수용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됐고, 사회적 자본의 경우 마을공동체나 그 구성원에 대한 인식수준, 공동체 활동 참여 정도를 중심으로 질문들을 구성했다.
더불어 이러한 농촌기본소득의 기대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측정을 위해 심도 있게 고려해 봐야 할 몇 가지 추가적 사항이 있다. 먼저 농촌기본소득에 대한 기대효과의 가설과 측정은 사회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전제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가정하에 이론에 근거하여 인과관계에 대해 엄밀하게 가설을 세운 후, 신뢰할 수 있는 자료수집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한다. ‘농촌기본소득이 사회 가치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니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나, ‘그 자체로 좋은 정책이므로 기대효과 측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맹목적 당위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또한 다른 시간이나 공간에서 똑같은 효과가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
정책의 대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의 경우 경기도 내에 있는 하나의 면 단위를 선정하여 매월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의 형태로 개인별로 지급하며,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도 한 개 면의 성인 인구의 규모는 평균 4000명에서 5000명 정도이며 노령인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재난적 특수여건으로 인해 대면 설문 조사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보니 설문으로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의 정도와 개수가 한정된다. 또한 경기도 농촌 지역에서는 전업농부와 농사와 다른 일을 함께 하는 겸업농부 그리고 다른 일에 종사하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설문집단 내 이질성이 크다. 개인 주택과 아파트 등 주거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도 설문설계 뿐 아니라 조사단계에서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호손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호손효과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실제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의 경우 기본소득의 혜택을 보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관찰되고 있다는 생각의 영향을 받거나, 또는 미래의 정책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 설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호손효과로 인해 실제로는 정책효과가 없거나 미미함에도 정책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호손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객관적 대답을 유도하는 설문 설계, 통계적 방법론을 통한 호손효과 여부 확인, 객관적 행정자료를 통한 2차 검증 방법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다.
여러 어려움에도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의 실시와 해당 정책이 농촌주민의 삶과 공동체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의도가 좋았거나 많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목표로 설정했던 정책결과를 자동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정책평가를 통해 의도한 정책효과가 나타났는지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정책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러한 정책평가의 결과를 다음 정책에 반영해야만 한정된 혈세로 국민들이 더 효과적인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은 정치와 행정 그리고 사회과학이 만나 오랜만에 건강한 정책시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정책시험이 농촌 주민의 개인적 삶과 공동체적인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엄밀히 살펴 향후 관련 정책의 개선과 확장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정해일 고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