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묘역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르신들이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올해 1월 한 영화관을 찾았던 60대 ㄱ씨는 주차장 무인정산기 앞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용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없는 데다 도움을 줄 사람도 없어 ㄱ씨는 주차장에서 1시간 가까이 헤맸다. ㄱ씨는 이 때문에 1시간에 대한 추가 요금을 물어야 했다.
소비자들이 실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화면 구성과 조작 방법이 기기마다 달라 불편한 데다 고령자와 장애인 중심의 ‘디지털 약자층’ 접근성도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6.6%는 이용 중 불편이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키오스크 이용이 어려운 이유(중복응답)로는 ‘주문이 늦어 뒷사람 눈치가 보임’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조작 어려움’(46.8%), ‘기기 오류’(39.1%) 등을 꼽았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엔 ‘조작 어려움’(53.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른 연령대에 견줘 ‘주문 화면의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23.2%)도 비율이 높았다. 키오스크 이용 만족도 역시 평균 3.58점인 것에 견줘 60대는 3.31점에 불과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업종별 피해 경험(중복응답)으로는 외식업의 경우엔 ‘주문 실수를 인지하지 못해 다른 상품을 받은 경우’(93.9%)가 가장 많았고, 유통점포는 ‘상품변경 불가’(30.4%), 주차장은 ‘할인 등 미적용’(28.6%) 등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2월 개정된 키오스크 한국산업표준(KS) ‘무인정보 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지키지 않아 장애인·고령자 등 디지털 약자층의 접근성이 낮은 경우도 빈번했다.
소비자원이 지난 5~8월 서울·경기 소재 공공·민간분야 키오스크 20대를 정해 케이에스 표준 적용 여부를 조사했더니, 14대(70.0%)는 표준 글씨 크기(12㎜)보다 폰트가 작았고, 12대(60.0%)는 기기 또는 첫 화면에 이용방법 등을 표시하지 않았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등 대체 콘텐츠를 적용한 경우는 전무했다. 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키오스크 화면 높이를 1220㎜ 이하로 설치해야 하지만, 17대(85.0%)는 기준보다 높게 설치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유관 부처에 키오스크 기능·설계 표준화를 건의했고, 조사대상 사업자에겐 디지털 약자층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높이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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