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출입문에 호빵 광고물이 게시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필 이런 때에 왜 이 제품을….’
에스피씨(SPC)그룹 계열 에스피엘(SPL)의 평택 빵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불매운동까지 들끓는 가운데, 에스피씨 제품을 판매 중인 편의점 업계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에스피씨 제품이 70%가 넘는 ‘빵류’와 성수기가 도래한 ‘호빵’ 판매량 감소를 걱정해야 하고, 에스피씨와 협업한 신제품은 제대로 진열조차 할 수 없어 고민이다.
26일 편의점 업계 말을 종합하면, 지에스(GS)25는 최근 에스피씨삼립의 인기제품 ‘삼립호빵’ 패키지를 본 뜬 ‘핫팩’ 2종을 출시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삼립호빵’이라는 호빵 제품의 포장지를 그대로 응용한 제품이다. 평소라면 ‘연상작용’에 따라 인기제품으로 입소문이 날 법 하지만, 에스피씨 사태 이후 골칫덩어리가 됐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지에스25가 단독으로 출시한 에스피씨 삼립호빵 핫팩. 지에스25 제공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지에스25 편의점주는 “기획은 잘 된 상품이지만, 가뜩이나 에스피씨 불매운동 때문에 빵도 안 팔리는 상황이라 ‘삼립호빵 핫팩’은 진열해두기도 겁이 난다”며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에 밀어놓고 있는데, 하필 이런 시점에 삼립호빵 핫팩이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편의점 지에스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 쪽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드러내놓고 홍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출시한 제품을 폐기할 수도 없어서다.
편의점주와 알바생들은 에스피씨 불매운동의 여파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ㄱ씨는 <한겨레>에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 많은 아파트 지역이라 줄을 서서 포켓몬빵을 샀는데, 최근엔 포켓몬빵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빵류 상품을 고르다가 ‘이것도 에스피씨 제품이냐’고 묻는 소비자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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