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승자 없는 새벽배송 전쟁, 그 결말은?

등록 2022-04-20 04:59수정 2022-04-20 08:17

투자비↑·매출↓ 롯데온·헬로네이처 철수
대기업 위주 출혈경쟁 속 시장 재편 움직임
마켓컬리, ‘3자 배송 확대’ 사업 다각화
새벽배송 전문 업체인 마켓컬리가 제작한 광고의 한 장면. 마켓컬리 누리집 갈무리
새벽배송 전문 업체인 마켓컬리가 제작한 광고의 한 장면. 마켓컬리 누리집 갈무리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양아무개(37)씨는 2년 가량 애용해온 새벽배송 서비스 이용을 최근 중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일상 회복에 따라 지난 달 끝나 집밥을 해 먹는 횟수가 줄면서 새벽부터 신선식품을 배달받을 필요성이 줄어서다. 아침 일찍 배송된 신선식품 바구니를 현관에 쌓아두기보다 퇴근 길에 가까운 슈퍼에 들려 장을 보거나 맛집 음식을 포장·배달하는 쪽으로 끼니 해결 방식을 바꿨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가파른 성장과 치열한 경쟁 모습을 보여온 새벽배송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파르던 새벽배송 시장 성장세가 일상회복에 따라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대기업들까지 새벽배송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는 등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롯데온과 헬로네이처(비지에프(BGF)그룹 운영)가 새벽배송 서비스 중단 방침을 선언한 게 관련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성장이 제한적인 시장에서 기업 간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시장점유율 및 매출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철수를 결단한 것이라서다. 지난 2년간 새벽배송 서비스를 진행한 롯데온 쪽은 “해당 서비스 매출 상승 폭은 제한적인데 반해 새벽 시간대 배송을 유지하기 위한 물류 투자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살려, 낮 시간대 2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기업간 출혈경쟁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새벽배송은 낮 배송에 비해 인건비 등 운영비가 2배 가량 더 들고, 신선식품 특성에 따른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 구축 투자비도 많이 든다. 새벽배송의 선구자 격인 마켓컬리를 비롯해 쿠팡과 에스에스지(SSG)닷컴 등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도 투자비가 많이 들어서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에선 마켓컬리와 쿠팡 로켓프레시가 ‘2강’을 형성한 가운데 오아시스와 에스에스지닷컴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어쩔 수 없이 투자비 대비 수익성은 좋지 않다. 새벽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177억원이었고, 새벽배송 시장점유율 3대장에 속한 에스에스지닷컴과 쿠팡의 적자는 각각 1079억원과 1조8천억원 수준이다.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 구축비가 엄청나게 드는 게 영업손실 배경이다. 유독 오아시스마켓만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 배송, 오프라인 매장 동시 운영을 통한 재고 최소화 같은 정책으로 지난해 57억원 흑자를 냈다.

유통업계에선 새벽배송 시장의 지속가능 성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신선식품 유통 인프라와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비해, 일상 회복에 따른 집밥 수요 변화 등으로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란다. 교보증권 분석을 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조원에서 올해 9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뒤 내년에는 11조9천억원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193조원 중 새벽배송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그쳤다.

주요 새벽배송 기업들은 벌써 새 판 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마켓컬리는 배송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의 사명을 ‘컬리 넥스트마일’로 바꾸고, 다른 기업 서비스 배송을 대행하는 ‘3자 배송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충청·경남 등으로 배송지역을 확대하며 투자를 늘린 상황에서 물류·배송 인프라 시설의 운용률을 높여 적자 폭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팡과 에스에스지닷컴도 강점인 익일배송과 낮 바로배송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확대하는 쪽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이커머스 회사 임원은 “최저가 기반 온라인 상품 시장에서 비용이 두배로 많이 드는 새벽배송에만 집중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다양한 즉시배송 서비스의 등장으로 새벽배송 시장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금력 있는 큰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빼앗기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1.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2.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순익 58% 뛴 코스트코, 연회비 5월부터 최대 15% 인상 3.

순익 58% 뛴 코스트코, 연회비 5월부터 최대 15% 인상

샘 올트먼, 카카오·SK 보러 한국행…“투자 받으러 오는 듯” 4.

샘 올트먼, 카카오·SK 보러 한국행…“투자 받으러 오는 듯”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5.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