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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차량 60대에 기자 100명…김영란법 이후 ‘단체시승’ 대세

등록 2017-02-19 14:36수정 2017-02-19 19:22

Weconomy | 기아차 ‘올 뉴 모닝’ 시승행사 가보니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광장. 색상만 달리한 똑같은 모양의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기아자동차가 기자단 시승차로 준비한 신형 경차 ‘올 뉴 모닝’이다. 대기 차량은 60대이나 주요 신문·방송사, 전문지, 인터넷매체 등에서 100명 넘는 기자들이 몰렸다. 신차 시승 행사장이 이렇게 북적대는 것은 지난해 10월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이 크다. 업체마다 법률 저촉 시비를 피하려고 주말 시승과 개별 시승을 제한하면서 단체 시승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차량 소개와 안전운전에 대한 주의사항 고지, 코스 안내 등이 끝나자 2인 1조로 짝을 이룬 시승차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신형 모닝의 5가지 트림 중 풀옵션이 들어간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6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은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지난 7일 신형 모닝의 시승 행렬. 서울 광장동에서 경기 가평까지 왕복 2시간 코스를 주행했다.
지난 7일 신형 모닝의 시승 행렬. 서울 광장동에서 경기 가평까지 왕복 2시간 코스를 주행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광장동에서 경기 가평까지 편도 55㎞, 도심을 빠져나와 국도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구간이다. 왕복 시승에 2시간이 걸렸다. 시승차는 4단 자동변속기에 1000㏄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f·m의 성능을 냈다.

사실 시승 직전 기아차가 행사장에 내건 ‘코너링의 제왕’이란 큰 걸개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다. 1세대 모닝 때 곡선구간을 돌면서 핸들을 꽉 움켜잡고 서행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그런 것은 이제 선입견인가 싶다. 웬만해서 코너링 때 차체가 쏠리지 않는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여 뒤틀림을 억제했다더니 차체 강성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가.

목적지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수십개 매체 몰려 한꺼번에 북적
동시에 2시간 타고 뚝딱 ‘시승기’

2인1조 광장동∼가평 110㎞ 왕복
코너링 좋고 고속에도 떨림 없어
엔진 작아 오르막길 힘은 부족

그러나 오르막길에서 힘은 부족했다. 작은 엔진을 달고 태어난 태생적인 한계다. 어찌 보면 경차에 파워풀한 가속력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생각인지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봤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차체가 떨리지 않는다. 경차의 단점으로 꼽혀온 주행 안정성 문제에 신경을 꽤 쓴 것 같다. 연비는 15.4㎞/ℓ(복합연비 기준)로 경쟁차인 쉐보레 스파크(14.7㎞/ℓ)를 살짝 넘어선다.

왼쪽부터 모닝 1, 2, 3세대 모델.
왼쪽부터 모닝 1, 2, 3세대 모델.
신형 모닝의 외관은 차체 모서리를 늘려 다듬은 범퍼 디자인으로 크고 다부진 모습이다. 앞선 모델보다 확실히 커 보인다. 헤드램프는 살짝 치켜들어 날렵한 모양새를 갖췄다. 전반적으로 새롭다기보다 구형 모델에 견줘 세련되고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실내 공간은 휠베이스를 이전 모델보다 15㎜ 늘려서인지 약간 넓어졌다. 트렁크 공간도 200ℓ에서 255ℓ로 커졌다.

모닝은 기아차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차다. 그러나 스파크에게 지난해 경차 왕좌의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모델 노후화로 인기가 시들해진 탓도 있지만 그 틈을 타고 신형 스파크의 공세가 거셌다. 스파크는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첫선을 보였지만 모닝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 2세대 버전인 ‘더 넥스트 스파크’를 선보이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새로운 모닝의 등장으로 경차 경쟁은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 태세다.

반환점인 경기 가평의 한 카페 광장에 주차된 신형 모닝.
반환점인 경기 가평의 한 카페 광장에 주차된 신형 모닝.
신형 모닝에는 동급 최초로 적용한 첨단 안전기술이 몇 개 눈에 띈다.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과 직진제동 쏠림방지시스템(SLS)이 대표적이다. 코너링 때 차량 상태를 감지해 2개의 앞바퀴에 토크를 따로 배분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TVBB)도 차량 조종성을 향상시킨 요인이다. 경차에 이런 첨단 안전·편의 장치들을 장착하면 경제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원가 부담을 어떻게 상쇄시킬지 궁금했다. 김중대 기아차 국내프로모션팀장은 “최적화된 설계로 원가를 많이 절감한다”고 말했다. 가평의 한 카페 앞 마당의 반환점에는 모닝의 세대별 모델과 차체 프레임(뼈대) 등이 전시돼 있었다. 현장은 기자들의 즉석 질문으로 달아오른다.

차체 강성을 높인 신형 모닝의 프레임.
차체 강성을 높인 신형 모닝의 프레임.

신형 모닝의 트렁크 공간은 기존 200ℓ에서 255ℓ로 커졌다. 적재공간에 물건을 가득 채운 모습.
신형 모닝의 트렁크 공간은 기존 200ℓ에서 255ℓ로 커졌다. 적재공간에 물건을 가득 채운 모습.
요즘 국내 완성차업체의 시승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신차 시승은 당분간 이런 식의 기자단 단체 시승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튿날 열린 한국지엠(GM)의 신형 크루즈 시승회도 이와 비슷하게 치러졌다. 수입차들은 일정 요건을 갖춘 시승신청서를 제출하면 취재 목적에 한해 24시간 한도로 시승차를 개별적으로 배정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시승은 빠뜨릴 수 없는 취재 요소다. 시승이 자동차 기자들의 주 업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제 막 출시된 새 차의 성능과 신기술, 주행 능력 등을 파악하는 데 이만한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 변화에서 오는 시각적인 느낌과 승차감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체크포인트다. 시승기는 그 결과물인 셈이다. 기자들은 신차 시승을 통해 기존 모델뿐만 아니라 경쟁 차종과 비교하며 기술의 진전과 시장의 흐름을 읽는다. 차량 결함과 리콜 같은 소비자 안전 이슈도 제품 자체의 이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승은 자동차 취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승기의 상당수는 인상비평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시승 역시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행사 직후 인터넷에 글 올라와
성능 제대로 따지고 쓴 건지 의문
“제조사 의존 인상비평” 우려도
전문가 “판단 근거·객관 정보 줘야”

기아차와 한국지엠의 시승행사 직후 수십 건의 시승기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일각에선 수십여 매체가 한꺼번에 몰려 한두 시간 차를 타고 단박에 시승기를 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시승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미리 정해져 주요 통행지점까지 내비게이션으로 설정된 극히 제한된 체험의 결과다. 기아차 관계자는 “안전운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 성능을 제대로 따져보기 전에 제조사가 제공하는 자료와 설명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야간 운전은 물론 눈과 비 같은 변화무쌍한 주행 환경을 고려할 때 최소한 두 차례 이상 각기 다른 조건에서 체험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승기는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몫이다. 30년 동안 자동차를 다뤄온 한 전문지 기자는 “인사이트(통찰력) 없이 주관적인 느낌을 객관적인 사실처럼 쓰거나 그냥 ‘차가 좋다, 나쁘다’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한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구입 전에 시승체험 하세요

기아차가 운영중인 청주 시승센터. 기아차 제공
기아차가 운영중인 청주 시승센터. 기아차 제공

백문이 불여일견.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듣는다고 해도 한번 타는 것만 못하다. 새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웬만하면 구입하기 전에 직접 시승한 뒤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시승 방식은 여러 경로가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거점별로 고객시승센터를 두고 있고,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시승차를 운영하기도 한다. 각 업체별 누리집을 통해 원하는 모델과 날짜, 장소 등을 선택해 시승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시승센터에 전화로도 예약할 수 있다. 시승은 직접 센터를 방문해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찾아가는 시승서비스’(현대·기아차)라고 해서 원하는 장소로 차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자동차 업체 누리집서 일정 예약
영업사원 동승해 1∼2시간 운전

가장 중요한 것은 체크포인트다. 자동차는 뭐니 뭐니 해도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대로 차량이 잘 반응하는지, 브레이크는 밀리지 않는지 먼저 살핀다. 주행 안정감도 중요하다. 가속페달을 밟고 차량에 속도가 붙었을 때 접지력과 소음, 진동의 정도를 체크한다. 핸들링과 코너링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모두 차량 안전에 직결되는 요소다. 울퉁불퉁한 요철을 지나갈 때 충격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 오르막길에서의 순간 가속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직접 운전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다. 가능하면 시승 때 느낀 점을 메모하고 이전 모델이나 경쟁 차종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궁금한 것은 시승이 끝난 뒤 고객센터나 전문가를 통해 물어보고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

시승 시간은 기본적으로 1~2시간이다. 이는 예약한 차량이 시승센터에서 출발해 다시 시승센터로 돌아오는 전체 시간이므로 실제 차를 타고 체험하는 시간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이마저 카마스터(영업사원)가 동승하는 탓에 공급자인 제조사 쪽의 영향을 받기 쉽다. 시승 신청자에게 혼자서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독일식 시승 방식과는 큰 차이다. 소비자가 충분히 자동차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승 서비스의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평/글·사진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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