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라이프] 투싼·쏘울 자율주행차 시승기
지난 5일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김진학 연구원과 기자가 자율주행차에 시승했다.
전용 앱에 출발 목적지 설정하고
버튼 누르지 내 앞에 와서 멈춰
끼어들기에 차로 변경은 포기 자율주행 기술은 인지, 판단, 제어 세 분야의 기술로 구성된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전자제어 시스템 등으로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판단한 후 가속과 감속, 조향, 제동을 한다. 오후 2시께 김 연구원이 시동을 켰다. 전기차라 떨림이 거의 없다. 진공청소기를 켠 듯한 미세한 진동만 느껴진다. 자율주행 연구차량을 몰려면 국토교통부에서 별도로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싼 자율주행차가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시범코스로 진입하자 김 연구원이 `오토'(auto)라는 단어가 새겨진 원형 버튼을 눌렀다. “오토 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이 시작됩니다.” 시속 30㎞로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왕복 2차선의 연구소 내부 도로다. 양 옆으로 트럭과 다른 연구용 차량이 지나친다. 가로수도 지나간다. 조수석 화면에 레이다와 라이다가 인지한 사물들이 그대로 표시된다. 중간에 1차로로 도로가 좁아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차는 후방카메라로 뒤따르는 차량이 없는지 파악한 뒤 시속 20㎞로 감속해 천천히 좁아진 차로로 진입했다. 과속방지턱 앞에서도 알아서 감속했다. 모범택시만큼의 승차감은 아니지만 제법 감속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S자 모양의 굴곡진 코스에서 코너링할 때도 알아서 감속했다. 김 연구원이 다시 핸들을 잡자 곧바로 다시 수동 모드로 전환됐다. “핸들이나 액셀러레이터를 건드리기만 해도 다시 수동모드가 됩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운전자는 차로 이동하면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가능할까? 김 연구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율주행 기능의 상용화는 트럭→버스→승용차 순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화물차는 고속도로 등 정해진 구간을 주로 달린다. 자율주행 기능을 반기는 운송업체도 많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그 다음이다. 승용차의 경우 일단 신도시나 공항 근처 등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시승은 고속도로에서 이뤄졌다. 지난 9일 오후 4시20분께,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로에 위치한 또다른 현대차 기술연구소(중앙연구소)에서 쏘울 차체 자율주행차가 정문을 출발했다. 영동고속도로 부곡나들목(IC)이 저 멀리 보였다. “아이시나 제이시(JC) 진입은 아직 안전 등의 문제가 있어 사람이 운전하고, 진입 뒤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험은 본구간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지능형안전연구팀의 이태석 책임연구원이 조수석 모니터를 연신 보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나들목에 진입한 뒤 이 책임연구원이 속도를 시속 90㎞로 설정했다. “이 설정 속도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자동적으로 감응해서 정체가 지속되면 차선을 바꾸기도 하고 차간 거리를 유지하죠.” 도로 정체로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는 군포나들목까지 시속 70㎞를 넘지 못했다. 군포나들목에서 다시 부곡나들목으로 향했다. 자율주행차는 옆 차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차선을 바꾸고 타깃 속도까지 속도를 올려야 한다. 왼쪽 깜빡이가 켜졌다. 차선을 바꾸려 했으나 이날 따라 정체가 심해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의 운전 문화는 거칠다. 규정된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차는 별로 없다. 한번 끼어들겠다고 판단해 깜빡이를 켜자 저 멀리 있던 차량이 급가속해 다가왔다. 자율주행차는 차선 변경을 스스로 취소했다. 거친 운전자라면 끼어들 법한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차는 끼어들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는 달리 말하면 ‘법대로 차량’에 해당한다. 차간 거리도 규정을 준수한다. 부곡나들목을 지나 좀 더 가보기로 했다. 10분쯤 지나 동수원나들목으로 향하는 도중 정체가 풀렸다. 70㎞ 속도로 달리던 자율주행차는 자동으로 왼쪽 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기자는 1종 보통면허를 딸 때 ‘차선을 바꿀 때는 살짝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주라’고 배웠다. 앞차가 차선을 바꾸려는 기미를 보이면 바짝 따라붙어 방해하는 ‘한국적’ 운전 문화를 고려한 가르침으로 추정된다. 차선을 바꾸기로 ‘마음’을 굳힌 자율주행차는 ‘다소 과감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충분히 부드러웠고 안정감이 있었다. 초보운전 표지 중에는 ‘한 시간째 직진중’이라는 글귀도 있다. 자율주행차의 차선 변경은 초보운전자인 기자의 아내보다 더 나았다. 이후 10여분간 자율주행차량은 차선 변경을 네 차례 더 했다. 오후 4시50분께 동수원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부곡나들목으로 빠져나왔다. 핸들을 건드리자 다시 수동 모드가 됐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차선까지 표시된 정밀지도 필요
안전제일 알고리즘 더 개발해야
사고책임 법적 문제도 논란거리 자율주행차가 실생활에 정착하기까지는 기술적 과제와 법적, 문화적 과제가 모두 남아있다. 차선까지 표시된 정밀 도로지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차선 변경과 나들목 진출입 등 정교한 운전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인공지능 딥러닝으로 상황 대처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여기에 독특한 운전 문화가 개입한다. 김진학 연구원은 “구글에서 ‘양보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 운전 전략을 꾸몄더니 실제 도로주행시 운전자들이 답답하다며 빵빵거리는 등 항의가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현대차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일단 안전 제일주의”라고 덧붙였다. 법적 과제도 풀어야 한다.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당장 보험 책임 문제가 따른다. 기술적·법적 문제 이후에는 경제성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팔 자동차회사는 없다. 라이다 등 센서 가격이 더욱 낮아지고 기능이 향상돼야 한다. 9일 오후 5시께, 기자 옆으로 여러 차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모두 집중하는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전방을 보고있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이런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고나무기자 dokko@hani.co.kr
센서·카메라가 눈…인공지능이 두뇌 역할
‘자율주행’의 기술적 정식 명칭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지, 판단, 제어 세 분야의 기술로 구성된다.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등의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전자제어장치(ECU) 등에서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판단한 후 △가속·감속, 조향, 제동 등으로 차량을 제어해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차의 인지는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환경을 인식하는 것이다. 눈에 해당하는 기능이다. 판단은 인간의 두뇌에 비유할 수 있으며, 컨트롤러를 통해 신호를 처리하거나 주변 상황에 따라 차량의 거동을 결정한다. 제어는 인간의 혈관이나 근육, 신경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 제어와 제동 등 직접적인 움직임을 관할한다.
이 중에서도 주행 상황을 인식하는 센서 기술의 고도화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다. 아울러 정보를 판단하는 전자제어장치와 실제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조향·제동 장치 등이 돌발상황에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구글이 앞서고 완성차 업체들이 뒤쫓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일본 혼다가 방향을 틀어 구글과 손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의 최종 4단계에서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매우 커진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가 맞닥뜨리는 수백, 수천 가지 ‘경우의 수’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딥러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 도로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의 야간 자율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현재 시운전중인 자율주행 차량의 인공지능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으나 외부 정보기술(IT)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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