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쓰나미가 온다] ⑤ 무너진 균형
현대·기아차 미국내 생산물량 69%까지 늘어
수출 2004년 100억달러서 올 64억달러로 급감
관세인하 효과 줄어…정부도 “수출감소” 인정
현대·기아차 미국내 생산물량 69%까지 늘어
수출 2004년 100억달러서 올 64억달러로 급감
관세인하 효과 줄어…정부도 “수출감소” 인정
자동차 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 수혜 분야다. 실제 정부는 이번 협정으로 기대되는 대미 수출 증대 효과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한-미 협정에 따른 이익 확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새 급증한 완성차의 미국 현지생산 탓에 정부가 추정한 기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소 10곳이 공동 작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경제적 효과 재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협정 발효 뒤 향후 15년간 완성차와 부품 등 자동차 산업의 연평균 대미 수출 증가분을 7억2200만달러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되는 자동차 부품 분야 관세(2.5~10%)와 협정 발효 후 5년째 철폐되는 완성차 관세(2.5%) 효과 등 관세 인하 효과에다 시장 개방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반영됐다.
하지만 이같은 추정 결과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 구조 변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생산 증가다.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내 수출 물량이 줄어들어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기대 효과가 많이 감소하게 된다.
대미 완성차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 초에는 조지아주에도 공장을 세워 현지생산 비중을 급격히 불려가고 있다. 이 회사 자체 통계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완성차 중 현지생산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대수 기준)은 지난 2004년 0%에서 올해(1~9월) 69.4%까지 늘어났다. 반대로 국내 완성차 수출 물량은 2004년 100억2176만달러에서 2011년(1~9월) 63억9000만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가 현지 생산을 시작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자동차 수출 물량 감소율은 연평균 6.8%에 이른다.
정부는 또 분석 기준을 2006년~2008년 평균값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지생산 증가세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올해 들어 수요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670명을 신규 고용하고, 작업체제를 주·야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로 전환하면서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연간 3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내년엔 36만대까지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현지생산 차종이 쏘나타, 케이(K)5,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등 현대·기아차의 대미 주력 판매 차종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현지 공장의 역할은 더 커지게 된다.
자동차 부품 쪽도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 증대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현대·기아차가 현지생산을 시작한 2005년부터 2010년 최근 6년간 연평균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율은 23.8%다. 올해 들어선 이미 지난 9월(41억2900만달러)에 지난해 실적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품사들이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에 납품하던 물량을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과 동반 진출한 부품사로 공급망을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협정 발효 후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이는 관세 인하 효과라기보다는 동반진출과 현대·기아차의 현지생산 확대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현대·기아차의 현지생산 증대라는 변수를 인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2월 낸 <자동차 추가 협상 결과 상세 설명자료>에서 추가 협상으로 새로 도입된 자동차 분야 세이프가드(일정 물량 이상 수입이 늘어날 때 관세를 복원하는 조처)의 영향에 대해 “자동차는 현지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직접 수출은 감소 추세”라며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국 합의안에서 우리 쪽에 불리한 부분을 설명할 때와 자유무역협정 정당성을 옹호할 때에 따라 정부 분석과 전망이 판이하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대미 수출 증가분의 55.9%가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미국 현지생산 증대에 따라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자동차의 수출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 등 다른 시장을 대폭 개방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많이 내주고 덜 받아낸’ 협상을 한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대미 수출 증가분의 55.9%가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미국 현지생산 증대에 따라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자동차의 수출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 등 다른 시장을 대폭 개방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많이 내주고 덜 받아낸’ 협상을 한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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