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쓰나미가 온다] ③ 위축되는 중소기업
레이저치료기 1위부터 8위 업체가 모두 미국회사
미국시장 개척 어렵지만 국내시장 내주기는 쉬워
섬유·신발·양말쪽 기대도 실질적 효과 장담못해
“관세인하만으로는 중국
레이저치료기 1위부터 8위 업체가 모두 미국회사
미국시장 개척 어렵지만 국내시장 내주기는 쉬워
섬유·신발·양말쪽 기대도 실질적 효과 장담못해
“관세인하만으로는 중국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의료기기는 하이테크 상품이었다. 국내에선 잘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기업들이 국산 제품을 들고 병원에 가면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해서 포장만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요즘은 기술 발전으로 그런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 미국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레이저 치료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매출 370억원의 중소 의료업체 루트로닉의 최진기 경영기획팀 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밀려들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해서, 당장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적인 피해는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의료기기 수입관세 8%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이 가운데 즉시철폐 품목이 43%이고 3년 내 철폐 47%, 5년 내 철폐 3%, 10년 내 철폐 7%다. 90%가 3년 내 철폐 품목이다. 레이저 치료기기는 5년 내 철폐 품목이지만 업계에서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시장을 내주는 것은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2007년에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수출에 손대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다. 품질에 자신이 있지만 인지도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이저 치료기기는 1위부터 8위 업체가 모두 미국 회사들이다.
의료기기는 제약과 함께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초 낸 보고서를 보면, 2009년 대미 수출액은 2억3686만달러였으나 수입액은 3배가량 많은 7억6313만달러에 이를 만큼 무역역조가 심하다. 미 상무부는 “현재 한국 의료기기 시장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10~15%씩 성장할 것”이라며 “관세 철폐 효과로 미국 기업들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이사는 “자유무역 협정으로 고가 장비뿐만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제품들도 미국에서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는 인지도 높은 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국산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가 맞물려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은 관세 10%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세계 100대 화장품 회사 중 30개 회사가 미국에 있으며, 미국은 2009년 한국에 1억7108만달러가량을 수출해 프랑스(1억7343만달러)에 이어 한국에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출한 나라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비중이 가장 큰 기초화장품의 경우 한-유럽연합 협정으로 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미국과의 협정에서는 10년으로 늘어났지만 에스티로더 같은 글로벌 생산업체는 유럽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10년 유예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업체들이 그만큼 마케팅비를 더 투입해 관세 인하분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섬유·신발·양말 등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꼽고 있는 업종들이다. 특히 섬유업계의 중소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에 거는 기대는 크다. 중소기업이 수출액의 9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업종이기 때문이다. 섬유제품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부산에서 40년 가까이 메리야스 제조업체를 하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수출을 했지만 현재는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서 점점 영세해지다 보니 미국 업체가 많은 물량을 주문해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키 같은 미국 메이저 제조업체들이 값싸게 제조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까지 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실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도 “자유무역 협정 효과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다만 관세 인하 효과만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의 저가 제품과 가격경쟁을 해서 이길 수는 없다. 땀 흡수가 잘되는 원단같이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들이어야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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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의료기기 시장
섬유 시장
반면 섬유·신발·양말 등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꼽고 있는 업종들이다. 특히 섬유업계의 중소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에 거는 기대는 크다. 중소기업이 수출액의 9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업종이기 때문이다. 섬유제품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5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처리 무효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9일 협정 비준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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