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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업예산 깎고 FTA와 무관한 사업 피해보전 ‘끼워넣기’

등록 2011-11-23 21:06수정 2011-11-25 10:33

<b>FTA 막지 못해 죄송합니다</b>   23일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폭거 MB 정부 규탄대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FTA 막지 못해 죄송합니다 23일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폭거 MB 정부 규탄대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미FTA 쓰나미가 온다] ①허울뿐인 농업 피해대책
직불금 빼곤 대부분 농가 숙원사업 담아
FTA대책비 22조원 맞추려 지원액 뻥튀기
예산비중은 2007년 6.5%서 내년 5.5%로
이르면 내년 1월1일부터 한국 경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미국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15배나 크다. 미국이라는 시장을 얻는 대신, 9061가지 관세를 철폐하는 등 국내 경제의 빗장도 완전히 풀어야 한다. 산업 분야에 따라서는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득실’을 주요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하기 이전에 야당 쪽과 협상하면서 잠정 합의했던 농어업 피해 추가 대책에는, 피해보전 직불금 발동요건 완화, 친환경 직불금 50% 인상 등 13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피해보전 직불금 요건 완화를 뺀 나머지는 그동안 농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숙원사항들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피해보전 대책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정부는 이른바 ‘에프티에이 환경의 농어업 경쟁력 강화대책’으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22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 총예산에서 농식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던 2007년에도 6.5%로 떨어지더니, 올해에는 5.7%로 주저앉고 내년 5.5%까지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04년의 7.0%와 견주면 ‘농업 포기’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그나마 내년 농식품 예산안 18조1157억원 가운데는 저수지 둑 높이기 같은 4대강 사업성 예산이 1조5860억원에 이른다. 농식품 예산이 사실상 ‘삭감’되는 동안, 농가소득은 2010년 도시노동자 소득의 66.8%까지 떨어졌다.

농업생산액에서 농업보조금 비중
농업생산액에서 농업보조금 비중
에프티에이 대책의 실상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자. 올해 축산분야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사업으로는 브랜드경영체조합 지원(1320억원), 축사시설 현대화(1147억원), 도축가공업체 지원(1100억원),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1100억원) 등이 꼽힌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에프티에이와 상관없이 농식품부가 해오던 것이거나 마땅히 해야 할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사료산업 종합지원(600억원), 원유수급 안정(596억원), 가축개량 사업(428억원) 등 얼핏 봐도 에프티에이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항목들이 숱하게 포함돼 있다. 살처분 보상금(500억원)과 시·도 가축방역(415억원) 같은 예산까지 잡혀 있고, 송아지 생산 안정, 쇠고기 이력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가축위생방역본부 예산 등도 모두 에프티에이 대책에 끼워넣었다. 기존의 농식품 예산을 억제한 채 그 안에서 22조원대의 에프티에이 대책 사업을 부풀려 소화하자니, “숫자놀음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저금리로 융자해주거나 이자차액만 보전하는 방식이 많아, 사업 규모나 효과가 실제보다 수배~수십배 ‘뻥튀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금성 보조금도 주로 시설을 짓는 용도로 지원돼, 꼭 필요하지 않은 시설을 짓고는 이익은 업자가 챙기는 사례도 많다. 충청지역의 한 양돈농민은 “보조금을 받아 너도나도 분뇨처리시설을 들였지만 엄청난 양의 분뇨를 발효시킬 땅이 없다 보니 시설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며 “결국 업자 좋은 일만 시켰다”고 개탄했다.

경북 의성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상준(46)씨는 “많은 농민들이 ‘품목 갱신’ 보조금을 받아 기존의 사과나무를 캐내고 생산량이 더 많은 사과나무를 심고 있다”며 “지금도 물량이 넘치는데 품목 갱신으로 물량이 더 늘고 미국 사과까지 수입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농업분야의 민간 싱크탱크인 지에스앤제이 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은 “22조원대의 전체 대책 중에서 실질적인 에프티에이 피해 대책은 피해보전 직불금 하나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집행하는 투·융자 예산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예산에서 농림수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피해보전 직불금은 에프티에이 이후 수입물량 과다로 특정 품목의 가격이 떨어질 때 농가소득을 직접 현금으로 보전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발동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한-칠레 에프티에이 이후 한 푼도 지급된 적이 없다. 지금은 기준연도의 85%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때 가격하락분의 90%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게 돼 있으나,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곧바로 발동하도록 요건을 훨씬 더 완화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전찬익 농협경제연구소 농업정책연구실장은 “우리의 농업보조금은 농업생산액의 5.6% 수준으로 유럽연합의 21.8%나 미국의 9.0%보다 훨씬 낮다”며 “특히 소규모 가족농이 농촌공동체 구성원이자 전통문화·환경을 지키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을 인식해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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