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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시간도 숨죽인 질주 본능 차, 그 이상의 차 F1 머신

등록 2010-10-14 13:06수정 2010-10-14 15:21

F1 머신
F1 머신
[하니스페셜] 카페테리아 /
오죽하면 차가 아닌 ‘기계’일까
차체는 강철보다 몇 배 강하면서도
무게는 620kg, 경차보다 가볍다
배기량도 고작 2.4리터지만
시속 350km, 800마력의 괴력이다

타이어 바닥은 민무늬다
일반차같으면 이미 사망선고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앞뒤 커다란 날개는 그냥 폼?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
이론대로라면 천장 타고 달린다

운전석 온도는 50~60도
중력은 통상의 3.5배
소음은 제트엔진 맞먹는 150db
드라이버는 인간 한계치를 달린다

포뮬러 원(F1) 머신은 자동차기술의 ‘총합’입니다.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라 달리는 기계(머신)’죠. 시속 350kg를 넘나드는 아찔한 스피드와 도로를 움켜쥐며 돌아나가는 절묘한 코너링, 지축을 울리는 엔진 굉음.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가 한꺼번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들여다 보면 볼수록 스피드와 탈 것에 대한 온갖 상상력이 동원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기술의 총합

F1 머신은 모든 면에서 일반 차와 다릅니다. 차체는 첨단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돼 강철보다 몇 배 강력합니다. 엔진은 드라이버 뒤, 뒷바퀴 앞에 위치한 미드십 방식입니다. 후륜구동이죠. F1 레이스에서 수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드라이버가 앉아있는 섀시가 부숴지는 경우는 없었다는 사실을 보면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죠.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엔진과 연료, 운전자까지 태우고도 무게는 고작 620kg에 불과합니다.

F1 규정은 머신이 ’날아갈까 봐’ 무게가 620kg 이상은 돼야 한다고 정해놓았습니다. 경주차의 실제무게는 이보다 더 가볍죠. 각 팀은 무게를 맞추기 위해 차 바닥에 철판을 대기도 하는데 차체 무게중심을 낮추는 부수효과를 얻기도 합니다.

타이어도 유심히 보세요. 바닥에 무늬가 없습니다. 슬릭(Slick)타이어라고 불리죠. 일반 타이어는 홈이 다 닳으면 타이어의 접지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경주용 타이어는 그 반대입니다. 마른 노면에서는 타이어 닿은 면적이 넓을수록 접지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홈이 패이지 않은 타이어가 낫죠.

속도 제한, 금지 금지 또 금지

엔진은 F1 머신의 심장입니다. 다양한 배기량과 다양한 방식의 엔진이 허용됐다가 금지됐다가 했습니다. 1980-90년대 엔진은 터보차저가 들어간 과급식 엔진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배기량은 소형차에나 쓰일 1.5리터 정도. 그러나 작다고 무시할 것이 아닌 게, 이 자그마한 녀석이 무려 15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냈으니 말이죠. 터보가 들어가지 않은 자연흡기식 엔진은 배기량이 3.5리터까지 허용됐지만 터보에 밀려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터보의 폐해(?) 때문일까, 결국 터보엔진은 사용이 금지되고 자연흡기식 3.5리터 엔진이 주종이 됐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녀석들의 출력도 1천 마력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규제의 칼날이 들어옵니다. 현재의 엔진은 배기량이 2.4리터로 제한돼 마력은 700~800마력입니다. 배기량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엔진 회전수까지도 제한해 2006년까지만 해도 2만rpm까지 허용되었던 것이 규제에 규제를 거듭해 현재는 1만8천rpm 이하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속도를 줄이려고 해도 F1 머신의 경기 중 최대속도는 시속 350km를 넘기죠.

누르는 힘이 무려 1.5t

F1 머신을 보면 앞뒤로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죠? 그냥 날렵하게 보이려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엄청난 드라이빙 비밀이 숨겨져 있죠. 엔진의 경우 팀마다 엄청난 기술을 동원하는데다 같은 배기량에 똑같은 규제를 받고 있어 성능 차이가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타이어도 한 제조사 제품을 쓰도록 하고 무게도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조건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각 팀의 머신은 성능 차이가 존재합니다. 바로 날개를 이용한 공기역학에서 나오는 것이죠. 동체를 뜨게 만드는 비행기 날개와 달리 F1 머신의 날개는 차체를 지면으로 눌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경주 중에 날개가 발생시키는 누르는 힘(다운포스)은 무려 1.5t에 이릅니다. 차 무게의 두 배가 넘는 무게를 어떻게 컨트롤하고 분배하느냐에 따라 차체의 밸런스와 코너링 성능이 아예 달라집니다.

특히 날개는 수치상으로 명확하게 규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각 팀 엔지니어들이 벌이는 머리싸움이 치열합니다. 제대로 각도를 잘 잡고 위치를 잘 선정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주최 쪽이 날개에까지 규제의 칼날을 대기도 합니다. 올해 최고의 머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레드불 머신의 비밀도 이 날개를 통한 공기역학에 숨어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재미 있는 사실은, 경기 중 1.5t이나 되는 다운포스가 차체에 가해진다면 이론적으로 F1 머신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달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누르는 힘이 차체 무게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죠.

최고 시속 415km까지

그렇다면 F1 머신의 최고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경기 중 기록한 최고속도는 1998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데이비드 쿨사드가 기록한 시속 356.5km입니다. 경기장 밖의 기록을 보면 2006년 미국 모하비사막의 한 활주로에서 다운포스를 줄인 혼다 F1 머신이 시속 415km를 기록한 것이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F1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입니다. 인간이 통상 대기 중에 느끼는 중력을 1G로 표시하죠, 700마력 엔진의 스피드, 노면을 움켜쥐는 타이어, 벽에 부딪히는 듯한 충격을 주는 브레이크, 그리고 차를 거꾸로 매달려 달리게도 할 수 있는 다운포스까지 더하면 경기 중 드라이버가 받는 중력은 무려 3.5G에 이릅니다. 일반 사람은 어지러워 토하거나 심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트랙 온도는 한 여름에는 보통 40도를 넘죠. 등 뒤에 달린 엔진은 1만8천rpm으로 돌아가고 배기가스 온도는 900도를 넘습니다. 브레이크는 용광로 쇳물처럼 벌겋게 타오릅니다. 레이스 중 운전석 온도는 50~60도를 넘나듭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중력 가속과 150데시벨의 소음, 60도의 찜통 안에서 1시간 이상을 견디며 운전해야 하는 드라이버 체력은 상상을 넘어섭니다. 그 악조건 속에서 마이클 조던이 자유투 라인에서 날아 덩크슛을 꽂아 넣는 것이나 타이거 우즈가 300m가 넘는 드라이버를 날리는 것만큼 미하엘 슈마허가 정교하고 정확하게 서킷을 질주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민준식 한겨레 카페테리아 객원기자

www.capot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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