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부산영화제와 차별성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부산영화제와 차별성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의 차별성? 신작 중심으로 영화를 발굴한다든지 하는 역할은 비슷한데, 전주는 특별전과 회고전을 더 많이 한다. 올해는 옛 소련 영화들, 이전에는 아프리카 영화, 쿠바 영화 등등. 이런 행사를 통해 신인 감독들의 새 영화와 과거의 영화 역사들을 함께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를 함께 생각함으로써 제대로 된 미래 영화의 상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정수완(43)씨는 2003년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때부터 이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아왔다. 영화제가 출범한 뒤 지방자치단체와의 알력 등으로 집행부의 교체가 있었던 이 영화제에서 정씨는 최고참 프로그래머다. 정씨는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의 또 다른 차이로 아시아 영화 말고 남미, 아프리카 영화 등 ‘외곽의 영화’를 꼽았다.
과거·현재 영화로 미래를 그려본다
“또 부산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 3년전부터 전세계로 문을 열어서 아프리카, 남미, 유럽 안에서도 덴마크 같은 곳의 영화들에 관심을 갖고 초청한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좋은 영화들을 가져왔다. 부산이 아시아 중심으로 가능성을 펼친다면 우리는 중심에서 벗어나 외곽에 있던 영화들 중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창조적인 신인의 영화들을 발굴한다는 게 바람이다.”
정씨는 최근 전주영화제에서 ‘영화보다 낯선’ 부문이 인기를 끌고 있음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감독의 강연과 영화를 함께 틀어주는 이 부문은 지난해 반응이 매우 좋았고, 올해도 예매율이 무척 높다고. 정씨는 “이런 방식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올해는, 영화 상영 뒤 짧게 하던 ‘관객과의 대화’를 1시간으로 늘린 ‘씨네 토크’ 코너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1회 때부터 야심작으로 만들어온 ‘디지털 삼인삼색’(30분짜리 단편 세편을 각기 다른 감독이 디지털로 연출해 한데 모은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도 지난해 처음 국내에서 일반극장 개봉을 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개봉 규모를 늘리고, 해외 개봉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는 칸 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는데 이미 로카르노 영화제와 약속이 돼있어서 응하질 못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이 커가는 만큼 배급 규모와 범위를 늘리려 한다.”
전주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내걸었던, 남다른 모토는 ‘디지털 영화’였다. 영화제가 출범하던 7년전만 해도 ‘디지털 영화’는 ‘새로운 영화’와 같은 말로 들릴 만큼 새로왔지만 지금은 상업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 신선함이 전같지 않다. “디지털이라는 슬로건이 퇴색하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이걸 손 떼야할 때가 올 듯 하다. 디지털이라는 구호의 밑바닥에 담았던 의미는 새로운 매체라는 우리의 지향점이었는데, 이젠 이걸 떼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디지털 영화가 많아질 테고, 그 속에서 우리의 지향점을 지켜가면 될 것 같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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