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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지구촌 외곽에까지 ‘초대장’

등록 2006-04-19 23:02

[커버스토리]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부산영화제와 차별성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의 차별성? 신작 중심으로 영화를 발굴한다든지 하는 역할은 비슷한데, 전주는 특별전과 회고전을 더 많이 한다. 올해는 옛 소련 영화들, 이전에는 아프리카 영화, 쿠바 영화 등등. 이런 행사를 통해 신인 감독들의 새 영화와 과거의 영화 역사들을 함께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를 함께 생각함으로써 제대로 된 미래 영화의 상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정수완(43)씨는 2003년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때부터 이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아왔다. 영화제가 출범한 뒤 지방자치단체와의 알력 등으로 집행부의 교체가 있었던 이 영화제에서 정씨는 최고참 프로그래머다. 정씨는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의 또 다른 차이로 아시아 영화 말고 남미, 아프리카 영화 등 ‘외곽의 영화’를 꼽았다.

과거·현재 영화로 미래를 그려본다

“또 부산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 3년전부터 전세계로 문을 열어서 아프리카, 남미, 유럽 안에서도 덴마크 같은 곳의 영화들에 관심을 갖고 초청한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좋은 영화들을 가져왔다. 부산이 아시아 중심으로 가능성을 펼친다면 우리는 중심에서 벗어나 외곽에 있던 영화들 중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창조적인 신인의 영화들을 발굴한다는 게 바람이다.”

정씨는 최근 전주영화제에서 ‘영화보다 낯선’ 부문이 인기를 끌고 있음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감독의 강연과 영화를 함께 틀어주는 이 부문은 지난해 반응이 매우 좋았고, 올해도 예매율이 무척 높다고. 정씨는 “이런 방식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올해는, 영화 상영 뒤 짧게 하던 ‘관객과의 대화’를 1시간으로 늘린 ‘씨네 토크’ 코너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1회 때부터 야심작으로 만들어온 ‘디지털 삼인삼색’(30분짜리 단편 세편을 각기 다른 감독이 디지털로 연출해 한데 모은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도 지난해 처음 국내에서 일반극장 개봉을 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개봉 규모를 늘리고, 해외 개봉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는 칸 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는데 이미 로카르노 영화제와 약속이 돼있어서 응하질 못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이 커가는 만큼 배급 규모와 범위를 늘리려 한다.”

전주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내걸었던, 남다른 모토는 ‘디지털 영화’였다. 영화제가 출범하던 7년전만 해도 ‘디지털 영화’는 ‘새로운 영화’와 같은 말로 들릴 만큼 새로왔지만 지금은 상업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 신선함이 전같지 않다. “디지털이라는 슬로건이 퇴색하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이걸 손 떼야할 때가 올 듯 하다. 디지털이라는 구호의 밑바닥에 담았던 의미는 새로운 매체라는 우리의 지향점이었는데, 이젠 이걸 떼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디지털 영화가 많아질 테고, 그 속에서 우리의 지향점을 지켜가면 될 것 같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특별 프로그램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 프로그램들도 다채롭다.

옛소련 상영 금지작들 함께 추억

우선 60~80년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상영 금지작이 되거나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상영돼야 했던 당시 소련 영화 10편을 가져와 ‘저항의 알레고리-소비에트 연방의 금지된 영화’라는 이름의 특별전을 꾸린다. 후르시초프 집권 초기 잠시 자유로와지는 듯하다가, 냉전의 고조와 함께 또 다시 검열의 기운이 강화됐던 이 시기 소련의 영화들은 은유와 상징, 알레고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 뒤 5년 동안 상영 금지작이 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66년작 <안드레이 류블로프>, 87년 들어서야 삭제된 분량이 추가된 감독판으로 재상영할 수 있었던 안들레이 콘찰로프스키의 67년작 <아샤의 이야기> 등 저마다 상처를 지닌 초창작들은 표현의 자유는 체제를 막론하고 가중 중요한 자유의 하나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줄 것 같다.

이병우 등 동포영화인 4명 조명

재일 한국 영화인의 발견’이라는 특별전에서는 1907~1912년에 태어나 지금은 고인이 된 재일동포 영화인 4명을 만날 수 있다. 이중 일본명 이노우에 칸인 이병우는(1912년~1999) 전주에서 태어나 28년 소비에트 영화의 영향을 받고 일본 프롤레타리아 집단인 ‘프로키노’에 참가해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33년 유성영화예술연구소에 들어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60년대 들어 남한에서 신상옥, 김수용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가 당시로서는 힘들었던 비행 촬영으로 공군 소년병들의 모습을 담아낸 41년작 <하늘의 소년병>을 비롯해, 교고쿠 다카히데의 55년작 <조선의 아이들> 등 1939~1955년 영화 네편을 튼다. 36살의 재일동포 다나카 후미히토가 찍은,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동한 영화인 김학성(일본명 가나이 세이치)의 생애를 좇은 2005년작 다큐멘타리 <두 이름을 가진 남자>도 함께 상영한다.

배우 최민식·다케나카와의 대화

올해 특별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배우 최민식과 일본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 둘을 초청해 출연작 상영과 함께 그들의 강연을 듣고 대화도 나누는 ‘배우 마스터클래스’이다. 올해 50살인 다케나타 나오토는 <쉘 위 댄스>에서 가발 쓰고 춤 배우러 다니는 샐러리맨으로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뒤 <으라차차 스모부> <워터보이즈>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영화는 <파이란>과 다케나타 나오토가 직접 감독한 <사요나라 칼라>(사진)를 상영한다. 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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