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9일간 42개국 194편 잔치
유명 감독들 장편 신작도
유명 감독들 장편 신작도
전주국제영화제 27일 개막
1등만 주목하고, 1등만 추켜세우는 분위기가 국내 영화제를 보는 시선에도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7회를 맞는, 제법 연륜이 쌓인 행사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에 눌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는 넓고 볼 영화는 많다. 더욱이 영화의 역사가 110년이 넘었다. 이전에는 검열과 수입 제한의 방벽으로, 그리고 그 뒤엔 흥행이라는 상업적 메카니즘으로 인해 한국 관객들은 아직도 못 본 과거와 현재의 영화들이 즐비하다.
비슷비슷한 상업영화들, 작위적 설정과 익숙한 재미에만 몰두하며 동시대와 대화하지 않는 자폐적 영화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영화들을 만나고 싶다면 전주를 찾을 일이다. 오는 27일부터 5월5일까지 열리는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만큼 풍성하지는 않아도, 42개국 194편의 상영작으로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자기 취향껏 골라 볼 수 있을 만큼의 장터를 충분히 제공한다. 더욱이 몇년전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광주국제영화제가 집행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으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 팬들에게는 미지의 영화 뿐아니라, 동시대 다른 나라의 수작들을 선별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엄선한 7편(30면)을 빼고, 이름이 어지간히 알려진 감독의 장편 신작들만 꼽아봐도 쓰카모토 신야의 <혼몽>, 조 단테의 <홈커밍>, 구로사와 기요시의 <곤충의 집>,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마법의 거울>, 제제 다카히사의 <미세스>,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나인 라이브스>, 스와 노부히로의 <퍼펙트 커플>, 퀘이 형제의 <지진 속의 피아노조율사>, 필립 가렐의 <평범한 연인들>, 장이머우의 <천리주단기> 등등 숨이 벅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해온 옴니버스 인권영화 세번째 프로젝트(참여 감독 정윤철, 이미연, 노동선, 홍기선 등)가 처음 공개되며, 이제는 고전에 속하는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와 엘리아 카잔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샘 페킨파의 <게터웨이>를 필름으로 볼 수 있다.
개막작 <오프사이드>는 2000년 <순환>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이며, 폐막작으로 선정된 김영남 감독의 데뷔작 <내 청춘에게 고함>은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초청이 오고 있는 문제작이다. 손님이 뜸하던 3~4년 전에 이 영화제는 예매하지 않고 가도 언제든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매진되는 영화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니, 서두를 일이다. www.jiff.co.kr (063)288-5433.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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