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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소녀 유관순 불굴의 독립 의지 ‘120명 화음’에 담았죠”

등록 2019-02-28 18:09수정 2019-02-28 19:15

[짬]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이용주 작곡·연출가

이용주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작곡가 겸 연출가가 2일 초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용주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작곡가 겸 연출가가 2일 초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악보 속 “대한민국 만세!”는 외침이 아닌 노래였다. 서곡에선 격렬하게, 아우내장터에선 절박하고 웅장하게, 일본 순사들이 시위대를 가로막을 땐 낮고 구슬프게 변주됐다. 120명의 합창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 부르자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난 아우내장터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합창연습실에선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이 한창이었다. 3·1 운동 100년을 기념해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서울시합창단 공연이다. 창작 초연인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는 100년의 의미를 더하고자 서울시합창단 외에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시민합창단 80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 이날 만난 이용주(51) 작곡가 겸 연출가는 “일제에 저항한 유관순 열사의 강인함과 용기만을 앞세우지 않고 연약한 한 소녀가 느꼈을 나라 잃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고문을 이겨내며 자주독립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신념은 무엇인지를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칸타타는 합창과 중창, 독창으로 구성되는 칸타타의 음악적 요소와 오페라의 연기적 요소를 결합한 형식이다. 3·1운동의 격랑을 음악극으로 담아낸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는 유관순이 매봉교회에서 기도하는 모습부터 그의 정동교회 장례식까지 그린다. 대규모 합창단이 무대 가운데 자리 잡고, 그 앞으로 주인공인 유관순(소프라노 서선영)과 민족대표 손병희(테너 한상희), 일본 순사 등 출연자들이 연기를 펼친다. “80분 공연 시간 동안 관객들이 역사적 이야기를 집중해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드라마적 요소가 있는 음악극을 하게 되었죠.”

극의 대표적인 장치는 내레이션이다. 20곡의 노래가 쭉 이어지는 중간중간에 최나라 서울시극단 배우가 무대 한쪽에 서서 유관순의 삶의 여정, 유관순의 마음을 낭독하듯 들려준다. “고전 낭만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이 목적인 공연이에요. 관객들이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음악적인 다른 표현으로 시 낭송 같은 즐거움을 추가했죠. 바그너 오페라는 음악으로 이야기를 다 푸니 공연이 너무 길어져 고문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내레이션을 쓰면 2~3분 분량으로 30분 가량 되는 음악의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죠.”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연습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극 특성상 반복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를 단순히 외침으로 표현하지 않고 멜로디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외침과 가장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게 완전 4도 음정으로 만들었어요. 혼자 허공에 대고 ‘대한민국 만세!’를 여러번 외치면서 찾아낸 거죠.(웃음)”

일제에 맞서 싸우는 유관순 열사가 가졌을 두려움과 불안함, 고문에 괴로워하며 일으키는 내적 갈등은 ‘유관순의 기도’ ‘지하고문실의 마지막’ 같은 아리아에 담았다. “시로 가곡을 만들잖아요. 시인의 마음인 시를 보면서 몸으로도 음악을 느끼며 작곡합니다. 역사적 인물을 노래로 만들 때도 같아요. 유관순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최종적으로 음악으로 나오는 거죠.”

서울시합창단 3·1운동 100년 맞아
세종문화회관서 2일 ‘음악극’ 초연
시민합창단 80명도 함께 무대에
합창 사이 내레이션으로 몰입 높여
“지금 우리 할 일 새기는 공연 되길”

‘윤동주’ ‘군 위안부’ 작품 작곡도

이 작곡가는 이전에도 오페라 뮤지컬 <윤동주>,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오페라 <이화 이야기> 등을 쓴 바 있다. 역사적 인물을 노래로 계속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화가 나서”라고 했다. “유관순 열사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느낀 고통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유관순 열사의 만세 소리와 수요시위의 ‘일본은 사죄하라’는 외침이 다르게 들리지 않더라고요. 100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역사 인식은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어요.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가 일본을 고발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들이 삼일절을 생각하며 우리가 지금 잊지 말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해요.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작품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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