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공연된 오태석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프리 극장장 “강한 인상받아”
한국인의 눈으로 재해석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본고장 영국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우리 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 오태석(66·국립극장 예술감독)씨가 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극단 목화)이 영국 런던의 유명 극장인 바비칸센터 피트 극장에서 무대에 올랐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음달 9일까지 공연하는데, 3주 전에 이미 모든 공연의 표가 매진됐다.
이 작품은 원작이 비극적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것과 달리 첫사랑의 생동감과 열정을 중시해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내용으로 꾸몄다. 또한 연극의 배경과 의상 등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하면서 역동적인 몸동작, 춤사위, 노랫가락을 더해 흥과 신명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에서 원수지간인 두 가문이 화해하는 원작과 달리, 젊은 연인의 죽음 앞에서도 두 집안이 여전히 적개심을 불태우는 예상 외의 결말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번 공연은 바비칸센터의 루이스 제프리 극장장이 지난해 6월 서울공연예술제에서 이 작품을 보고 초청해 이뤄졌다. 제프리 극장장은 “대사의 리듬감, 의상 등 한국적 요소로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해석한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연극의 영국 진출은 지난 6월 연출가 양정웅씨의 <한여름밤의 꿈>에 이어 두번째이다. 최준호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한여름밤의 꿈>은 유명 극장에 정식 프로그램으로 팔려 관객을 만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60년대부터 서서히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한 한국 연극은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극장의 연극 <떼도적>과 창극 <제비>가 프랑스, 일본, 독일에서 공연했고 올해에도 <점프>(극단 예감) <우리나라 우투리>(극단 돌곶이) <귀환>(극단 노뜰) <귀족놀이>(국립극장) 등의 작품이 영국, 독일, 루마니아, 프랑스 등지에 선보였다. 내년에는 이윤택씨의 작품 <류의 노래>가 1월 일본 도쿄 시모기타자와극장에서, 9월에는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독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동안 아시아권 연극에 무관심했던 세계 연극계가 서양 연극과는 다른 미학을 보여주는 한국 연극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어 우리 연극의 해외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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