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 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지금 서울에선 두명의 베토벤을 뮤지컬로 볼 수 있다. 한명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인 <베토벤>에서다. 또 다른 한명은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는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에서다.
두 뮤지컬 모두 베토벤이 한 여성에게 쓴 편지 한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전개는 다르다. 이른바 ‘예술의전당 베토벤’이 ‘사랑에 빠진 베토벤’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학로 베토벤’은 ‘인간적인 베토벤’에 무게중심을 둔다.
<루드윅>은 2018년 초연부터 뛰어난 완성도에다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사랑을 받았다. 네번째 시즌으로 공연 중인 <루드윅>은 음악가이자 늙어가는 한 인간으로서 베토벤의 고뇌와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베토벤에게 인간적인 고통을 준 사건인 아버지의 학대, 청력 상실, 조카 양육권 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명의 배우가 베토벤을 맡아 각각 유년기·청년기·노년기의 베토벤을 표현한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 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은 베토벤의 일생을 통해 모차르트를 향한 동경과 질투, 청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방황, 음악과 자유를 향한 집착과 갈망,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보여준다.
무대는 작다. 작은 무대를 채우는 건 두대의 피아노다. 피아노는 무대만을 채우지 않는다. 관객 마음을 채운다. 피아니스트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라이브 연주는 소극장이라 더 돋보인다. 장면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교향곡 3번(영웅), 교향곡 5번(운명), 교향곡 6번(전원) 등이 흘러나온다.
뮤지컬엔 역사에 없는 가상 인물 마리 슈라더가 나온다. 마리는 베토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건축가라는 꿈을 당당하게 좇는 마리를 보고 베토벤은 각성한다. 음악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훈련받고 파괴된 베토벤은 자신의 인생을 조카 카를에게도 되풀이하려다 마리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마리에게 베토벤의 편지를 전달한 젊은이를 슈베르트로 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포스터.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2019년 재연 때 청년 베토벤을 맡은 가수 테이는 이번엔 노년 베토벤을 맡았다. 그는 지난 2월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토벤처럼 위대한 경지에 오른 사람일지라도 인간은 언제나 고민하고 깨달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루드윅>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오는 12일까지 볼 수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