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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진 않았지만’…청춘이 자신 없었던 김창완의 노랫말

등록 2022-10-25 11:22수정 2022-10-25 11:35

김창완이 ‘아마 늦은 여름…’ 좋아하는 까닭은
청춘의 부대낌, 안개 같은 청춘 등 보여준 곡
산울림 김창완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울림이 낸 앨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
산울림 김창완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울림이 낸 앨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

가수 김창완은 밴드 산울림 데뷔 45돌을 맞아,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날 인터뷰 내용 가운데 산울림 노래 3곡( ‘너의 의미’ ‘어머니와 고등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못다 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산울림 맏형 김창완(68)은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산울림 앨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히트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통기타를 치며 라이브로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김창완은 “산울림 노래는 가사에서도 파격이 있어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도 그런 파격의 노래”라고 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만든 기성의 틀을 유지하려는 자연스러운 관성을 갖고 있어요. 그런 관성에 늘 청춘은 저항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또 새로운 발전을 이뤄내겠죠. 이렇게 청춘의 부대낌을 담아내고자 했던 게 산울림의 노래”라고 했다. 

김창완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의 가사를 쓸 때 그랬다고 했다. 이 노래는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으로 시작한다. 김창완은 이 가사를 노래 처음에 일부러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한 건, 청춘의 부대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청춘은 자신이 없어요. ‘이렇게 될지’, ‘저렇게 될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런 마음을 가사에 포함한 거였죠.”

그는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라는 가사 앞에는 ‘아마’를 넣었다고 했다. “‘아마’는 ‘(청춘인) 나의 말을 사람들이 잘 안 들어 줄 거야’라는 걸 강조한 거였죠. 안개처럼 깔린 게 청춘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노래를 참 좋아해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가 실린 산울림 1집 앨범. 뮤직버스 제공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가 실린 산울림 1집 앨범. 뮤직버스 제공

이 말을 들으면서 산울림 7집(1981년)에 실린 ‘청춘’이 떠올랐다. 7집은 김창완의 동생인 창훈과 창익의 군 제대 뒤 오랜만에 세 명이 함께 만든 앨범이다. ‘가지마오’, ‘청춘’, ‘독백’ 등이 들어 있는 이 앨범은 산울림 앨범 가운데 손꼽히는 명반으로 불린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이렇게 시작하는 ‘청춘’ 역시 김창완이 말한 ‘청춘의 부대낌’이 녹아 있다. 김창완은 처음엔 이 노래 가사를 “갈 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으로 지었다. 하지만 군부 독재정권은 심의에서 염세적이라는 이유로 가사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갈 테면 가라지’를 ‘언젠가 가겠지’로 바꿔야 했다.

2절 가사엔 “정 둘 곳 없어라/ 텅 빈 마음은/ 차라리 젊지나 말 것”으로 고쳤다.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로 바꿔야 했다.

김창완은 ‘청춘’을 “갈 테면 가라”, “차라리 젊지나 말 것을”이라고 비판적으로 썼지만, 독재정권은 저항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의 말처럼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틀을 유지하려고 하고, 청춘은 그것에 늘 저항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이렇게 산울림은 새로운 음악의 상징이었지만 김창완도 이젠 기성세대가 됐다. 그래서 그는 최근 젊은 뮤지션의 괜찮은 음악과 힙합을 그냥 흘려들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1977년 우리가 나왔을 때 ‘저게 무슨 노래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파격이다’라면서 환호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어른은 ‘웬만하면 듣지 마라’고 하셨죠. 하지만 최근엔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웃음).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인) 임윤찬씨를 비롯해 우리 클래식도 성과가 대단하죠.”

3형제 밴드 산울림(왼쪽부터 김창훈·김창익·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3형제 밴드 산울림(왼쪽부터 김창훈·김창익·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김창완은 산울림 음악이 ‘순수’를 추구한다고 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순수’에 더 다가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캔버스 앞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선 채 내 자신에게 물어요. ‘나는 왜 그리지, 뭘 그리지, 혹시나 욕심 있는 것 아닌가’라며 묻는 거죠. 발가벗은 듯한 기분으로 작업해요.”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 솔직함이 가진 힘. 그런 부끄러운 사랑이 가진 힘. 요란하고 뜨거운 것만 사랑이 아니라 차마 말 못 하는 사랑. 어머니들이 겪었을 인내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사랑 같은 감정이 ‘순수’입니다.”

김창완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청춘은 부끄러움이죠. 또 한편 지금 돌이켜보니, 미안하기도 해요.” 그가 ‘순수’를 추구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내 인생에 앙금이 남아 있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을 많은 걸 버려야 ‘순수’를 찾을 수 있거든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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