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아이유의 ‘너의 의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가수 김창완은 밴드 산울림 데뷔 45돌을 맞아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날 인터뷰 내용 가운데 산울림 노래 3곡(‘너의 의미’ ‘어머니와 고등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못다 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의 ‘너의 의미’는 <산울림 10집>(1984)에 실린 타이틀곡이다. 어느 날 문득 내게 다가온 사랑을 가을 풍경에 비쳐 들려주는 노래다.
이 노래엔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지만, 노래를 들으면 사랑 이야기라는 걸 떠올리게 된다. 노래에 나오는 ‘너’는 연인 같기도, 짝사랑 대상 같기도, 헤어진 사람 같기도 한 다양한 느낌을 준다. 김창완은 <산울림 1집>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떠올리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창완은 한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와 ‘너의 의미’ 두 곡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제가 ‘어떻게 이 두 노래를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라며 지금도 감탄한다”고 말했다.
산울림 김창완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
김창완은 6일 오후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너의 의미’를 아이유와 함께 부르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김창완은 아이유에게 피처링(노래 또는 연주를 함께 녹음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즉 이 노래를 리메이크 한 건 아이유였지만,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한 건 김창완이었다.
9월18일 아이유 단독 콘서트 ‘더 골든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1984년에 나온 ‘너의 의미’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건, 아이유가 2014년 자신의 생일인 5월16일에 맞춰 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실리면서다. 앨범 타이틀곡은 조덕배 원곡의 <나의 옛날이야기>였지만,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은 건 산울림 원곡의 <너의 의미>였다.
2014년 당시 61살 김창완과 22살 아이유는 ‘39년 나이 차’를 극복하고 훈훈한 협업을 보여주었다. 당시 아이유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유를 얘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너의 의미’를 알고 있었어요. 김창완 선배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너의 의미’를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말했었죠.”
그러자 김창완은 “‘너의 의미’가 너에게 무슨 의미냐”며 ‘아재 개그’로 되물었다. 이에 아이유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에요. 짝사랑했던 남자가 좋아했었죠.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라고 답했다.
이렇게 해서 ‘너의 의미’는 아이유가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아이유는 원곡에 견줘 더 부드럽고 귀엽고 따뜻하게 편곡했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제공
그런데 어느 날, 김창완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문득 한 영화음악을 들은 뒤 아이유에게 피처링을 제안했다.
영화는 2007년에 나온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었다. 왕년의 스타 가수가 신인 작사가와 만나 사랑을 일궈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가 주제곡인 ‘웨이 백 인 투 러브’ 데모 버전을 함께 불렀다.
김창완은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너의 의미’에 대화를 나눈 듯한 가사를 써서 아이유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노래 중간중간, 아이유와 나눌 대화를 쭉 썼어요. 대화 내용은 ‘아이유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아이유와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난 아이유한테 상처받을 것이다. 왜냐면 아이유에겐 애인이 있으니까’라는 내용이었죠.”
김창완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써놓고 매니저한테 ‘이걸 보고 함께 노래 부를 생각이 있으면 같이 해보자’고 아이유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죠. 매니저가 아이유 쪽에 물어봤더니, 지금 서울 삼성동에서 녹음하고 있다는 거예요. 마침 그날 시간이 맞아 삼성동으로 제가 그냥 뚜벅뚜벅 찾아간 거예요. 그래서 녹음실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됐죠. 아이유도 아마 놀랐을 거예요. 하하.”
김창완·아이유의 ‘너의 의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이 장면은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너의 의미’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다. 김창완이 아이유의 녹음실을 찾고, 아이유가 놀라는 듯이 김창완을 맞이한다. 김창완은 아이유가 부르는 노래 사이에 휴대전화에 자신이 직접 쓴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른다.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라는 마지막 내레이션은 첫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묘한 서운함을 느끼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김창완과 아이유의 ‘번개’는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놀랄 만한 반응을 몰고 왔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리메이크곡임에도 2014년 멜론 연간 차트 8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는 12일 현재 570만 조회 수를 넘길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김창완·아이유의 ‘너의 의미’ 뮤직비디오 갈무리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산울림의 노래를 들었던 중년 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끌며 김창완을 기억에서 소환했다.
아이유는 ‘너의 의미’를 통해 젊은층에 옛 명곡을 소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년 세대에겐 아이유의 존재감을 알리며 팬덤을 넓혀 나갔다.
‘너의 의미’는 아이유를 세대 화합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게 한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유가 다른 아이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스타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데도 디딤돌이 됐다.
지금은 아이유의 커버 버전이 산울림 원곡보다 인지도가 높아졌다. 김창완도 기자회견에서 ‘너의 의미’는 “아이유 노래가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아이유는 콘서트에서 ‘너의 의미’를 빠짐없이 부른다. 김창완의 피처링 부분은 관객의 떼창으로 넘긴다. 지난달 17~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 단독 콘서트 ‘더 골든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도 이 노래가 나왔고, 콘서트에 모인 8만5000여명의 관객은 ‘너의 의미’를 함께 불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