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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크린 점유 한계선이 필요한 이유, ‘군함도’

등록 2017-07-31 10:49수정 2017-07-31 20:44

[김영진의 시네마즉설]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 제공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 제공
류승완의 신작 <군함도>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 욕을 많이 먹고 있다. 류승완의 데뷔 때부터 줄곧 그의 영화를 지지했고 <군함도>가 류승완의 장인적 야심이 발휘된 역작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독과점 논란에 관련해 묻히고 심지어 역사 왜곡 운운하는 소리까지 나오는 분위기가 걱정된다.

독과점 이슈는 2000년대 중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것이고, 나도 지금은 없어진 영화잡지 <필름 2.0>에서 글을 쓸 때 지겹도록 다뤘지만 제 풀에 지쳐 그만 뒀다. 이 문제가 불거졌던 초반에는 영화계에서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는데 <괴물>이 당시 최다 규모로 관을 열었을 때 그 상황을 옹호하는 영화인들이 꽤 있었다. 그들 스스로 다음엔 자기가 승자가 되는 그림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심화되기만 했다. <군함도>가 개봉 때 기록한 2200여개의 스크린 점유 숫자는 기왕의 모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영화계의 주요 실력자가 된 류승완이 이 과점 상황을 막지 못한 미필적 공조 혐의가 있긴 해도 이 독과점을 실제 집행한 것은 배급사인 씨제이이앤엠(CJ E&M)이다. <군함도>의 메인 투자사이기도 한 씨제이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보려는 계산에서 독과점을 방조했을 터인데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 그쪽에서도 이런 예상치 못한 독과점 수치에 당황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역대 최다 독과점 상황으로 흐른 것은 씨제이 뿐만 아니라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에서도 제어불가 상태로 많은 관을 열었기 때문인데 이들 멀티플렉스 체인에 속한 각 극장 점장들이 실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경쟁적으로 관수를 확대한 결과라고 한다.

자, 이게 시장을 그냥 놔두면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판이 펼쳐진다고 하는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부르짖던 결과이다. 시장은 결코 소비자·수용자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걸 <군함도> 사태는 증명하고 있다. 어느 서점에 갔더니 단 한 종류의 책이 사방의 진열대를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이런 일은 영화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정책적 개입으로 한 편의 영화가 다수의 영화를 대치하는 상영 스크린 점유 관행에 제동을 걸고 그 한계선을 지정하면 된다. 그걸 하지 않고 십수년을 방치한 결과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원인과 결과를 놓고 엉뚱하게 매번 하나의 희생양을 내세워 분풀이한다.

첨언하자면, 나는 <군함도>가 석탄 채굴섬에 들어가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조선인들이 ‘생존’을 위해 저마다 달리 행동했던 집단의 세부를 굉장한 활기로 파고들어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윤리성 여부에 대해서는 괄호를 쳐놓고 그저 살기 위해 어떤 이들은 타협을, 어떤 이들은 싸움을, 어떤 이들은 관망을 했다는 걸 보여주는데 그 와중에 그들 피해자의 육체는 너덜너덜 가혹한 고통의 흔적을 새긴다. <군함도>는 영화 거의 전체가 몹신(군중신)으로 구성된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영화사에서 전례가 없고 집단의 움직임을 인상적으로 구현해내어 영화적 매력의 핵심은 ‘운동’이라는 걸 잘 증명해낸 영화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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