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지난해 최승호 감독의 <자백>이 받았던 상이기도 한데, 이 상에 관여했던 전주 프로그래머로서 이 다큐멘터리가 개봉을 앞두고 <자백>이 불러일으켰던 관심에 못 미치는 상태라서 서운하다. 이 영화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벌인 평범한 사람들을 화면에 담았는데 그들의 변함없는 투쟁심이 놀라운 한편으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사회의 무관심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박문칠은 역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데뷔작 <마이 플레이스>에서도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분리되지 않는 삶의 본질을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훌륭하게 보여준 바 있다. 진솔하지만 거의 홈 무비에 가까웠던 전작과 달리 <파란나비효과>에서 박문칠은 일취월장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삶과 공적인 사드 반대 투쟁의 면면이 서로 자연스럽게 삼투되는 화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곳곳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울음이 터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투쟁 전면에 나서는 사람들, 주로 여성들은 처음에는 자기 아이들을 위해, 나중에는 대한민국 동포 전체를 위해를 이 싸움의 의의로 삼는다. 자기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과 달리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향유하도록 성주에서의 삶을 택했던 여성들은 그 공간의 오염이 걱정되어 싸움에 나섰다가 이게 자기들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
그걸 투쟁 현장에서의 열렬한 연설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감각되도록 한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미덕이다. 이 사람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걸 만들고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들이 어떤 피 토하는 연설보다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든다. 사드 반대 투쟁을 조직하느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다가 그들이 각자의 생업에 복귀해서 일을 할 때, 그들의 각자 일상에서 이미 체화된 나눔과 공감의 가치를 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 장면들은 큰 배음 효과를 만들어내며 끝나지 않는 결말 앞에서도 굉장한 메아리를 만들어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싸움을 방해하는 내부의 적, 성주군수를 비롯한 그 동네 기득권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다. 굉장히 밉고 혐오스러운 상황 속에서 내부의 방해자들에게 거세게 맞서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들은 방해자들이 알고 보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일 수 있다는 사실 앞에 겸허하며 예의를 잃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예의 앞에 이 편 저 편이 없다는 걸 실천하면서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사드 반대 투쟁을 통해 나누는 즐거움을 누린다. 메마른 좌절과 분노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은 편이 줄더라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그럴수록 뭔가를 나누는 아이디어를 궁리하고 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성마른 한국사회에서 희귀한 대안 공동체를 본다. 싸우며 동시에 사랑하는 가운데 나비의 날갯짓을 꿈꾸는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파란나비효과>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느리더라도 착실하게 대중의 마음에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