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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요즘 영화 재미없다…그래서, 연말 결산 응하지 않았다

등록 2014-12-23 19:36수정 2015-10-28 16:06

김영진의 시네마 즉설
연말을 맞아 각 언론사 기자들은 한 해 영화계를 정리하는 기사를 쓴다. 올해도 몇 몇 기자들이 전화와 메일로 의견을 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하반기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극장 개봉이 끝난 영화들을 뒤늦게 IP TV로 보곤 했는데 극장에서 놓친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인간이 되는 건가, 명색이 영화평론가인데 직무 유기인가 자문한다. 장강의 물줄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이것은 일시적인 흐름에 불과하며 끝내주는 영화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두 세 편의 영화에 몰리는 극장에는 비평이 좋은 영화들도 꽤 걸려 있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자비에 돌란의 <마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클라우드 오브 쉴스 마리아>, 곧 개봉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맵 투 더 스타> 등이다.

각설하고, 요즘 영화가 재미없는 걸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임찬상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이명세의 오리지널 영화의 팬이라 <효자동 이발사>로 이야기꾼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임찬상 감독이 어떤 솜씨를 보였을까 궁금했는데 원작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만든 영화처럼 보였다. 이게 리메이크 작을 연출하는 감독의 태도인지 무능인지 헷갈렸다. 한국영화의 투자 제작 시스템이 강제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명세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혼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자잘한 해프닝들에서 웃음을 건져내지만 이상하게도 슬픈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였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변한다라는 자명한 명제가 이 영화에서만큼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적은 드물었다. 영화 속에서 고 최진실씨가 맡은 여주인공이 남편과의 부부싸움 끝에 버스를 타고 배회하다가 어릴 적 자란 동네로 우연히 접어드는 대목이 나오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환기하며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는 이 장면의 신비한 기운이 임찬상의 리메이작에는 끼어들 여유가 없다. 리메이크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냥 소란스러울 뿐이며 강요된 명랑함으로 일관한다. 등장인물들에게는 자기연민이 걸러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영화를 통해 뭔가 시대와 현실의 공기 같은 것을 포착해보겠노라고 하는 야심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궤적을 넘어 관객들의 가슴에도 꽂히게 마련이다. 그게 좋은 영화의 필요조건이라고 믿는다. 올해 대다수의 흥행영화들은 매끈하고 예쁘며 감상적이고 일방적이다. 균질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주며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스토리와 결말로 대결을 정하는 영화들에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 상영 중인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와 같은 영화가 그렇다. 이런 영화들은 다양성 영화의 범주로 분류되고 어떤 영화들이 하루 이십만 관객을 동원할 때 하루 천 명 이천명의 관객들을 모은다. 나같은 구식관객은 이런 영화들에 여전히 영화의 멋과 미래가 달려있다고 믿는다. 내년에도 연말 영화계 결산 설문에는 응하지 못할 것 같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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