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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명쾌하지 못한 다큐, 소통의 시작

등록 2013-09-05 19:46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문화‘랑’] 김영진의 시네마 즉설
천안함 프로젝트

<천안함 프로젝트>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은 소동이 있었다. 몇몇 애국단체에서 이런 반국가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를 전주에서 상영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상영을 저지하기 위해 극장으로 쳐들어오겠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일을 겸직하고 있는 필자는 이런 일의 막전막후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전주시장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반대하는 쪽에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제에 상영되는 상당수의 작품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들이다. 소수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는 게 아닌가.”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는 정지영 감독이다. 사실 애초에 이 영화를 전주에 틀 생각은 없었다. 후반작업을 마치지 못한 이 영화의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 논쟁적인 다큐멘터리가 될 줄 기대했던 게 착각임을 알았다. 영화의 입장은 신중했고 심하게 말해 소심했다.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은 떠들썩하게 쟁점을 던지는 태도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작품 선정을 망설이고 있는데 정지영 감독이 메일을 보내왔다. 이 영화는 세상에 꼭 내보내야 할 영화라고, 후반작업을 마치면 훨씬 의미있는 작품으로 새 단장을 마칠 거라고, 백승우 감독을 믿어달라는 전언이었다. 필자는 결국 이 작품을 영화제 상영목록에 넣었고 최종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적지 않은 뿌듯함을 느꼈다.

다큐멘터리는 때로 저널리즘이 가닿지 못한 특정 사건의 맥락을 총체적으로 더듬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영화에서 명쾌하게 진술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건의 내막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석연치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반대 주장을 펴는 영화 속 전문가들의 주장도 완전히 팩트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수수께끼로 남은 부분에 대해 관객은 궁금증을 갖게 된다. 명쾌하지 않은 부분에 오해와 왜곡과 착각이 끼어든 게 아닌가라는 의심, 여기서부터 실은 소통이 시작된다. 찬반이 분명한 입장으로 나뉘어 동어반복을 내놓는 지루한 ‘100분 토론’과는 다른 소통의 가능성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는 건 사실 소통하지 않겠다는 태도의 표현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라는 건 소통이 시작된다는 태도의 표현이다. 백승우 감독은 정확하게 다큐멘터리 연출자로서 그 거리를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사건의 맥락을 전혀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초등학생 아이라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카메라는 왜 대답이 풍부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인지 물끄러미 생각할 여백을 화면에 남겨둔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강력한 느낌은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죄책감이다. 또한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미진한 구조절차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해명을 하는 관계당국의 발표를 믿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가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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