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문화‘랑’] 김영진의 시네마 즉설
투 마더스
곧 개봉할 안 퐁텐 감독의 <투 마더스>를 보는데 시종일관 조마조마했다. 두 중년 여인이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 영화의 내용은 거의 포르노그래피에 가깝다. 안 퐁텐 감독의 연출은 이 외설적인 상황을 탐미적으로 포장한다. 내공이 깊어서 끝을 가늠할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알면서도 당한다고 할까, 감독이 던지는 삶에 대한 화두가 흥미로웠다.
릴과 로즈는 주변에서 동성애자로 오해할 만큼 평생 친구로 붙어 지낸 사이인데 그들 각자 ‘작품’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 있다. 릴은 젊었을 때 남편과 사별했고 로즈는 남편이 있지만 그들 관계에서 남편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기묘하게 밀착돼 있는 이 사각관계를 유지한다. 늘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이 날마다 축제처럼 지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사는 곳이 아름다운 해변가의 그림 같은 저택이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틈만 나면 바닷가에서 놀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해질 무렵 어스름한 빛을 받으며 집에서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한다. 삶 자체가 휴가이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직사광선에 노출된 발광체이다.
릴과 로즈가 서로의 아들에게 끌리는 것은 그들의 삶에서 늙음과 소멸의 기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원히 젊게, 관능적으로 이 삶을 연장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것은 늙음에 저항하는 두 아줌마, 로즈와 릴을 연기하는 로빈 라이트와 나오미 와츠의 탄탄한 몸이다. 국가대표 운동선수 못지않게 평소 자기 몸을 단련하고 살았을 이 두 여배우의 탄탄한 복근과 군살 없는 허리와 균형 잡힌 몸매의 전체 선은 그들이 찬탄하는 그들의 아들들의 젊은 미모와 견줘도 하나도 꿀리지 않는다.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선 그들의 결핍과 그들이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행하는 관능적 일탈이 그냥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판타지로 보인다. 판타지라는 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 외설적인 위험한 이야기도 우아하게 우리에게 말을 거는 편안함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이 보는 내내 조마조마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들은 비도덕적인 그들의 관계로 인해 고통을 겪고 나름의 도덕적 결단을 내리며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깃털처럼 가벼운 관계의 환상을 끈질기게 부여잡고 있다. 근친상간과 유사한 반인륜적 상황에 젖어들면서도 그들은 감정에 충실하려 애쓰고 그들의 감정에 충실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주저 없이 거기서 벗어나려 한다. 여주인공 릴의 영화 속 대사에서처럼 두 여주인공은 ‘감정에 충실한 삶’이 아니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 감정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의 환상 속에서만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는 늙을 것이고 마모될 것이며 소멸할 것이다. <투 마더스>는 마모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당당히 견디는 우아한 포즈로 가득 차 있다.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배우들의 그 포즈 때문이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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