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마케팅사 ‘퍼스트룩’의 이윤정(오른쪽) 대표와 강효미 실장은 “장르와 내용이 뻔한 기획성 영화보다는 ‘도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지’란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얼굴을 지닌 영화의 홍보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지난해 자신들이 홍보한 <도둑들> 포스터를 배경으로, 차기 영화 홍보 포스터를 모자처럼 접어 머리 위에 올린 채 환히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리는 짝]
영화 홍보사 이윤정 대표-강효미 실장
영화 홍보사 이윤정 대표-강효미 실장
무언가의 시작이 화려하진 않더라도, 앞으로 내딛는 한 발짝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2005년 가을. 이들은 1000만원 대출을 받아 보증금 500만원짜리 월세 원룸에 자신들의 첫 회사를 차렸다.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다니고 싶어하던 제작사 ‘명필름’에서 나온 두 사람의 당시 나이는 29살, 28살이었다. “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는 호기가 있었지만, 컴퓨터 같은 사무기기를 살 돈이 없어 피시방에서 의뢰받은 일을 처리하는 시기도 감내해야 했다.
지난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를 본 사람이라면, ‘진지한 사극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코믹하네’라고 생각하고, 그 느낌을 전하는 ‘입소문의 전파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도둑들> 개봉 전부터 어쩌면 당신은 배우 전지현의 극중 이름이 ‘예니콜’이란 사실마저 알았으며, 출연자들이 집단적으로 참석한 레드카펫 행사를 다룬 온라인 기사도 무심결에 클릭했을 수 있다. 영화를 봤더니 ‘와이어(줄) 액션’이 상당한 볼거리였다며, 마치 자신이 간여한 영화인 양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했을 수도 있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 선후배 인연
독립해 홍보마케팅 ‘퍼스트룩’ 차려 ‘도둑들’ ‘광해’ ‘바람과 함께…’ 등
작년 한국영화 흥행 톱10중 4편 홍보 길게 설명하지 않고 끌리게 하는
마케팅 포인트 찾는게 저희들 일
배우가 고맙다고 할 때 전율느껴 이윤정 “강 실장은 동주선생 같아
허허실실해도 따뜻한 마음 지녀”
강효미 “이 대표는 마카오 박 비슷
맺고 끊기 잘하며 사람들 이끌어” 만약 그랬다면, 영화의 무엇을 알리고 어떤 장점을 숨겨놓을지를 정한 이 두 사람의 홍보마케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20대 후반 나이에 월세 원룸을 얻어 불안하기 짝이 없던 회사를 연 두 청춘의 열정이 무르익어 빚어낸 결과다. 최근 서울 한남동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퍼스트룩’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정(37) 대표와 강효미(36) 실장은 지난해 <도둑들>과 <광해>의 홍보를 맡아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20여개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들 중에 선두 그룹이 된 이들은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 <러브픽션>(172만)도 홍보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10위 안에 퍼스트룩이 손댄 영화가 4편이다. 둘은 지난해 여성영화인협회가 주는 올해의 홍보마케팅상도 받았다. 이들은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카피(홍보문구) 고안, 포스터와 예고편 제작방향 논의, 제작보고회·시사회·홍보행사와 배우들의 언론 인터뷰 진행, 영화 보도자료 작성 등을 담당한다. 이윤정 대표는 “관객들이 텔레비전·온라인·신문·포스터를 통해 영화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모든 것이 우리 손을 거친다”고 했다. 강효미 실장이 설명을 붙였다. “누군가에게 그 영화를 설명하라 하면 길게 얘기할 순 있겠죠. 하지만 딱 하나로 설명했을 때 끌리게 만드는 매혹적인 마케팅 포인트를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죠. 영화를 너무 포장해도 관객이 실망하니, 영화를 냉정하게 분석해 이 작품이 가진 100%를 끌어내는 것이죠.”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영화의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를 찾아내는 것”이라 표현했다. 영화 <도둑들>은 뜻밖의 손님처럼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들은 “홍보 대행사라 불리며 주체적으로 일을 하는 데 한계를 느껴” 2010년 가을 회사를 잠시 접었다. 5개월간 심신을 추스른 이들은 영화계에 자신들의 업무 복귀 메일을 돌렸는데, 메일 발송 30분이 채 안 돼 <도둑들> 투자·배급사가 홍보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관객의 성향과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두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흥행 연출가인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김혜수·전지현·이정재·김수현 등이 모두 나오는 영화라는 말을 듣고 ‘정말 우리에게 이 영화를 맡으라는 건가? 아니면 이런 영화 만든다고 자랑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죠.”(강 실장) 둘은 개봉할 때까지 <도둑들>에 대한 기대감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주일 앞서 개봉했고, 여름방학 성수기 시장이라,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다크 나이트 라이즈>보다 우위에 서서 처음부터 휘몰아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극장 야외무대에서 배우·감독이 3500여 관객과 만나는 국내 최초 ‘개봉 전 레드카펫 행사’도 열었다. 강 실장은 “이 정도 행사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이며, <도둑들> 출연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사라는 걸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 팬들에게 포옹도 해주듯, 우리도 손만 흔들지 말고 팬들과 함께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배우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팬들의 호응에 놀란 배우 김혜수가 현장 분위기에 동화돼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주던 당시의 사진이 포털사이트에 크게 노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레드카펫 행사 후 배우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 전율과 감격이 왔다”고 했다.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는 포스터 카피를 통해 보석을 훔치고, 그 이후 벌어질 얘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고, 김윤석·전지현 등의 ‘와이어 액션’ 장면은 개봉 전에 의도적으로 크게 알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 영화는 ‘기대가 컸는데 별거 아니네’란 말이 나오는 순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다 보여주지 않고 ‘와이어 액션’의 노출을 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도둑들>은 개봉 22일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광해>는 주변에서 “왜 그렇게 영화를 어두운 톤으로 알리느냐”고 할 정도로 코믹함을 감췄다. 강 실장은 “(극장 최대 성수기가 아닌) 9월에 개봉했기 때문에 첫 주부터 관객을 많이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진정한 지도자를 바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좋아, 개봉 후 기대감을 점차 상승시키면 힘을 받을 것으로 봤다. 관객들이 영화를 봤더니 의외로 웃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입소문이 폭발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물론 영화 콘텐츠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이런 마케팅 전략에 힘이 생긴다”고 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1년부터 명필름에서 일했고, 영어를 전공한 강 실장은 2004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내가 (강 실장의) 면접 심사에도 참여했다”며 웃었다. 영화사에 찾아가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받아 <방과 후 옥상> 등의 영화 홍보를 따냈던 초창기를 거쳐 이들은 <추격자>(2008년) <완득이>(2011년) 같은 흥행작과 만나며 역량을 키워갔다. “<추격자> 때는 김윤석·하정우씨도 지금 같은 스타가 아니었죠. 하지만 스피디한 영화의 흐름, 두 배우의 연기, 화면의 미학(미장센) 등이 좋아 개봉 전 제작보고회 때 이례적으로 10분간 영화 하이라이트를 기자들에게 보여줬죠.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3600석 전관 시사회도 했고요.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작품) 하나 나오는구나’란 반응이 터져나왔죠.”(이 대표) 지금까지 참여한 영화 중 “가장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는 <완득이> 때는 ‘멘토에 대한 갈망’이 높아진 시대의 흐름을 잡아내고, 다문화 가정의 가난한 학생 ‘완득이’(유아인)와 그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격려하는 ‘동주 선생’(김윤석)의 ‘멘티-멘토’ 관계를 홍보 전면에 부각시켜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Think first), 다른 것을 보자(look different)’라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퍼스트룩’(1st look)으로 지었다. 이 대표는 “영화 홍보마케팅이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실수하지 않겠다는 책임감도 크고 일에 대한 보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야근이 잦은 홍보사에 주는 홍보대행비는 10년 전 수준과 거의 비슷한 한국영화 1편당 5000만원 안팎, 외화 1편당 2000만원 안팎이다. 10여년간 오른 물가상승률과, 매체가 급증해 업무가 과거보다 가중된 요인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5~10명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영화홍보사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강 실장은 “스태프들의 처우가 열악하듯, 제작비 부담이 생기면 (홍보대행비 등) 인건비부터 깎으려 한다.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홍보마케팅의 우수 인력 유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두 사람은 자신들을 홍보 ‘대행’이란 수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는 시선을 걷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화는 예술적 가치가 있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홍보마케팅은 그 영화의 첫인상을 찾아내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기자·배우와 자주 접촉하는 두 사람은 “간혹 기자분들이 (언론과의 관계에서) 영화 제작진이 실수를 했을 때 작품 자체를 박하게 평가하거나, 배우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데도 홍보를 기피하고 자기 생각만큼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고 배우가 자기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둘은 햇수로 10년째 같이하지만 동지적 관계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적은 없다고 한다. 대신 “같은 사안을 보며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을 깨거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영감을 주는 영화를 만나곤 한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들 중에서 상대방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강 실장은 <완득이>의 ‘동주 선생’ 같다”고 했다. “허허실실하는 듯 보여도, 명민하고 뒤에서 사람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이 대표는 <도둑들>의 ‘마카오 박’(김윤석)과 비슷하다. 난 마찰을 싫어해 단호하게 맺고 끊지를 못하는데 이 대표는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작전 설계자 ‘마카오 박’의 제안을 다른 이들이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퍼스트룩의 성장도 2005년, “우리 같이 일해볼래?”라고 청한 이 대표의 무모한 듯했던 도전에 강 실장이 기꺼이 응한 것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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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고 끊기 잘하며 사람들 이끌어” 만약 그랬다면, 영화의 무엇을 알리고 어떤 장점을 숨겨놓을지를 정한 이 두 사람의 홍보마케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20대 후반 나이에 월세 원룸을 얻어 불안하기 짝이 없던 회사를 연 두 청춘의 열정이 무르익어 빚어낸 결과다. 최근 서울 한남동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퍼스트룩’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정(37) 대표와 강효미(36) 실장은 지난해 <도둑들>과 <광해>의 홍보를 맡아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20여개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들 중에 선두 그룹이 된 이들은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 <러브픽션>(172만)도 홍보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10위 안에 퍼스트룩이 손댄 영화가 4편이다. 둘은 지난해 여성영화인협회가 주는 올해의 홍보마케팅상도 받았다. 이들은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카피(홍보문구) 고안, 포스터와 예고편 제작방향 논의, 제작보고회·시사회·홍보행사와 배우들의 언론 인터뷰 진행, 영화 보도자료 작성 등을 담당한다. 이윤정 대표는 “관객들이 텔레비전·온라인·신문·포스터를 통해 영화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모든 것이 우리 손을 거친다”고 했다. 강효미 실장이 설명을 붙였다. “누군가에게 그 영화를 설명하라 하면 길게 얘기할 순 있겠죠. 하지만 딱 하나로 설명했을 때 끌리게 만드는 매혹적인 마케팅 포인트를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죠. 영화를 너무 포장해도 관객이 실망하니, 영화를 냉정하게 분석해 이 작품이 가진 100%를 끌어내는 것이죠.”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영화의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를 찾아내는 것”이라 표현했다. 영화 <도둑들>은 뜻밖의 손님처럼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들은 “홍보 대행사라 불리며 주체적으로 일을 하는 데 한계를 느껴” 2010년 가을 회사를 잠시 접었다. 5개월간 심신을 추스른 이들은 영화계에 자신들의 업무 복귀 메일을 돌렸는데, 메일 발송 30분이 채 안 돼 <도둑들> 투자·배급사가 홍보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관객의 성향과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두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흥행 연출가인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김혜수·전지현·이정재·김수현 등이 모두 나오는 영화라는 말을 듣고 ‘정말 우리에게 이 영화를 맡으라는 건가? 아니면 이런 영화 만든다고 자랑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죠.”(강 실장) 둘은 개봉할 때까지 <도둑들>에 대한 기대감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주일 앞서 개봉했고, 여름방학 성수기 시장이라,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다크 나이트 라이즈>보다 우위에 서서 처음부터 휘몰아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극장 야외무대에서 배우·감독이 3500여 관객과 만나는 국내 최초 ‘개봉 전 레드카펫 행사’도 열었다. 강 실장은 “이 정도 행사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이며, <도둑들> 출연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사라는 걸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 팬들에게 포옹도 해주듯, 우리도 손만 흔들지 말고 팬들과 함께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배우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팬들의 호응에 놀란 배우 김혜수가 현장 분위기에 동화돼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주던 당시의 사진이 포털사이트에 크게 노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레드카펫 행사 후 배우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 전율과 감격이 왔다”고 했다.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는 포스터 카피를 통해 보석을 훔치고, 그 이후 벌어질 얘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고, 김윤석·전지현 등의 ‘와이어 액션’ 장면은 개봉 전에 의도적으로 크게 알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 영화는 ‘기대가 컸는데 별거 아니네’란 말이 나오는 순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다 보여주지 않고 ‘와이어 액션’의 노출을 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도둑들>은 개봉 22일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광해>는 주변에서 “왜 그렇게 영화를 어두운 톤으로 알리느냐”고 할 정도로 코믹함을 감췄다. 강 실장은 “(극장 최대 성수기가 아닌) 9월에 개봉했기 때문에 첫 주부터 관객을 많이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진정한 지도자를 바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좋아, 개봉 후 기대감을 점차 상승시키면 힘을 받을 것으로 봤다. 관객들이 영화를 봤더니 의외로 웃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입소문이 폭발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물론 영화 콘텐츠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이런 마케팅 전략에 힘이 생긴다”고 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1년부터 명필름에서 일했고, 영어를 전공한 강 실장은 2004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내가 (강 실장의) 면접 심사에도 참여했다”며 웃었다. 영화사에 찾아가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받아 <방과 후 옥상> 등의 영화 홍보를 따냈던 초창기를 거쳐 이들은 <추격자>(2008년) <완득이>(2011년) 같은 흥행작과 만나며 역량을 키워갔다. “<추격자> 때는 김윤석·하정우씨도 지금 같은 스타가 아니었죠. 하지만 스피디한 영화의 흐름, 두 배우의 연기, 화면의 미학(미장센) 등이 좋아 개봉 전 제작보고회 때 이례적으로 10분간 영화 하이라이트를 기자들에게 보여줬죠.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3600석 전관 시사회도 했고요.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작품) 하나 나오는구나’란 반응이 터져나왔죠.”(이 대표) 지금까지 참여한 영화 중 “가장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는 <완득이> 때는 ‘멘토에 대한 갈망’이 높아진 시대의 흐름을 잡아내고, 다문화 가정의 가난한 학생 ‘완득이’(유아인)와 그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격려하는 ‘동주 선생’(김윤석)의 ‘멘티-멘토’ 관계를 홍보 전면에 부각시켜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Think first), 다른 것을 보자(look different)’라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퍼스트룩’(1st look)으로 지었다. 이 대표는 “영화 홍보마케팅이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실수하지 않겠다는 책임감도 크고 일에 대한 보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야근이 잦은 홍보사에 주는 홍보대행비는 10년 전 수준과 거의 비슷한 한국영화 1편당 5000만원 안팎, 외화 1편당 2000만원 안팎이다. 10여년간 오른 물가상승률과, 매체가 급증해 업무가 과거보다 가중된 요인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5~10명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영화홍보사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강 실장은 “스태프들의 처우가 열악하듯, 제작비 부담이 생기면 (홍보대행비 등) 인건비부터 깎으려 한다.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홍보마케팅의 우수 인력 유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두 사람은 자신들을 홍보 ‘대행’이란 수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는 시선을 걷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화는 예술적 가치가 있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홍보마케팅은 그 영화의 첫인상을 찾아내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기자·배우와 자주 접촉하는 두 사람은 “간혹 기자분들이 (언론과의 관계에서) 영화 제작진이 실수를 했을 때 작품 자체를 박하게 평가하거나, 배우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데도 홍보를 기피하고 자기 생각만큼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고 배우가 자기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둘은 햇수로 10년째 같이하지만 동지적 관계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적은 없다고 한다. 대신 “같은 사안을 보며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을 깨거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영감을 주는 영화를 만나곤 한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들 중에서 상대방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강 실장은 <완득이>의 ‘동주 선생’ 같다”고 했다. “허허실실하는 듯 보여도, 명민하고 뒤에서 사람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이 대표는 <도둑들>의 ‘마카오 박’(김윤석)과 비슷하다. 난 마찰을 싫어해 단호하게 맺고 끊지를 못하는데 이 대표는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작전 설계자 ‘마카오 박’의 제안을 다른 이들이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퍼스트룩의 성장도 2005년, “우리 같이 일해볼래?”라고 청한 이 대표의 무모한 듯했던 도전에 강 실장이 기꺼이 응한 것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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