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김영진의 시네마즉설
‘제7회 런던한국영화제’
‘제7회 런던한국영화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내려갔다가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청하는 한 여성을 만났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하는 행사의 사회를 맡은 자리에서였다. 자신을 주영한국문화원 소속이라고 밝힌 그는 이 문화원이 주최하는 런던한국영화제를 소개하며 덕담을 부탁했다. 김한민 감독은 런던을 다녀온 한국 영화인들 사이에 그의 평판이 높다고 거들었다. 처음엔 좀 황당했다. 부산영화제 기간 내내 가는 곳마다 그를 곧잘 볼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의 영화감독들과 부지런히 대화를 하고 있다가 어디선가 쏜살같이 달려와 안면을 익혔다.
그의 이름은 전혜정, 주영한국문화원 팀장으로 올해 7회째를 맞는 런던한국영화제의 예술감독 직책을 맡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런던에서 열린 영화제에는 40여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됐다. 단편을 포함해 웬만한 화제작은 다 망라됐다. 나는 런던한국영화제 부설 행사로 열리는 한국 영화 관련 포럼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런던에 도착해 주영한국문화원에 들어가니 개막작 <도둑들>의 주연배우였던 김윤석씨의 스틸사진들이 모자이크로 한쪽 벽면에 도배돼 있었다. 다음날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했더니 폐막작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의 주연이자 폐막식에 추창민 감독과 함께 참석하는 이병헌·류승룡씨의 사진들로 또 도배가 돼 있었다. 밤을 새워 벽면을 바꾼 것이다. 전혜정 문화원 팀장은 신이 나 있었다.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알려주기 위해 조심스레 우리 일행의 눈치를 살피면서 끊임없이 뭔가를 브리핑해주고 있었다. 대체로 심드렁한 일행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그마한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 이 지면에 썼지만 우리는 종종 쉽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에 비해 영화를 알리는 사람들의 노고를 망각하곤 한다. 주영한국문화원 근처에는 쌀쌀한 런던 날씨에 대비해 두툼한 옷을 입은 영국인들이 한국 영화인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배회하고 있었다. 전혜정씨는 그들을 가리키면서 신이 나 있었다. 일찍이 이곳을 다녀간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그들이 눈 푸른 관객들의 환대를 받고 얼마나 고무됐는지를 자기 가족 얘기 하듯이 기뻐했다. 나는 그런 그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성대하게 열린 폐막식에는 이병헌씨의 초청으로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등의 배우가 참석했다. <광해> 상영이 끝난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병헌·류승용 두 배우는 장차 공연하고 싶은 여배우로 헬렌 미렌을 농담 섞어 경쟁적으로 거명했다. 헬렌 미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로 답례했다. 전혜정씨는 이 광경을 보며 극장 뒤편에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실무자들의 이름을 기억해줘야 한다. 한국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실력이 늘고 있는 만큼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사람들의 열정도 늘고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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