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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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포커스>책을 노래하는 밴드 ‘서율’
<한겨레포커스>책을 노래하는 밴드 ‘서율’
‘서율’(書律)은 노래로 책을 읽어주는 밴드다. 사회적 기업 문예콘서트의 공연 브랜드이기도 하다. 도서관이나 학교,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책과 음악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를 열고, 음악극을 펼친다.
서율은 책 읽기 좋아하고 노래를 취미로 삼은 청년들이 모인 서평 동호회에서 탄생했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가사처럼 써 오면 누군가는 거기에 곡을 붙였다. 기타와 베이스를 치는 사람이 연주를 맡았고, 노래 좀 부른다는 사람은 마이크를 잡았다. 그렇게 동호회 회식 자리에서 결성된 밴드는 주말마다 작은 도서관을 찾아다니면서 재능기부로 책 노래를 불렀다. 이수진 서율 대표는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문화예술 분야 청년들의 직장생활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책 노래는 노래로 책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책의 줄거리로 노래를 만들거나 주인공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한다. 시에는 운율을 입혀 시 낭송하듯이 시 노래를 만든다. 몇백 페이지가 넘는 책의 내용과 느낌을 3분짜리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낸 서율의 1집 앨범 <책, 노래가 되다>가 5년이 걸린 이유다. 이 앨범에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 <포옹>에 수록된 ‘넘어짐에 대하여’와 김재진 시인의 ‘토닥토닥’,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 대표 곡이 실렸다.
책을 만져서 읽어야 하는 맹인들에게 책 노래는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이 대표는 가장 감동적이었던 공연으로 2008년 서울맹학교 재능기부를 꼽았다. “학생들이 1절을 듣고, 멜로디를 외워서 2절부터 목이 터져라 함께 부르더라고요. 저희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학을 노래에 실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율이 책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책 읽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도 책 노래를 들으면서 감동을 되새김질할 수 있다. 그래서 먼지 쌓인 책을 다시 손에 쥐게 하는 것이다. 즐거운 책 읽기에 일조하는 도서관밴드 서율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다.
정주용 <한겨레티브이> 피디
j2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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