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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골목 구석구석을 초록빛으로…‘화목한 꽃수레’가 달린다

등록 2013-10-25 19:10수정 2013-10-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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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포커스>, ‘초록 바이러스’ 이우향
http://www.hanitv.com/40415
서울 성수동은 회색빛 가득한 도심 공장지대다. 삭막한 그 골목에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꽃수레 한 대가 달린다. 이우향(26)씨가 끄는 ‘화목한 수레’는 골목 구석구석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3칸짜리 짐칸이 달린 수레는 꽃과 흙, 물과 농기구로 꽉 찼다. 우향씨는 자투리땅이나 작은 틈이 보이는 곳에 능숙한 솜씨로 꽃과 나무를 심는다. 곱게 꽃들이 자라는 작은 꽃밭에도 물을 주고, 김을 매면서 보살핌을 잊지 않는다.

식물을 사랑하는 우향씨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백화점이나 카페를 꽃으로 장식하는 실내디자인 회사에 다녔다.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일을 반복할수록 꽃에 대한 애정은 시들어갔다. 하루를 못 넘기고 시드는 꽃, 일주일 만에 말라 죽는 식물을 아무런 감정 없이 대하는 자신을 보면서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운명처럼 영국 정원사 리처드 레이놀즈가 쓴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책을 접했다.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졌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에 꽃과 식물을 심자는 녹색운동이다.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게릴라 가드너들은 30여개 나라에서 7만여명이 활동한다.

꽃 디자이너에서 골목 정원사로 변신한 우향씨. 처음에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싸우는 것이 힘들었다. 어렵게 가꾼 작은 꽃밭은 물 주는 사람은커녕 담배꽁초만 수북이 쌓였다. 식물은 일주일을 못 넘기고 말라 죽었고, 텃밭에 심은 상추와 가지도 시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화목한 수레가 꾸준히 달리니 주민들이 달라졌다. 공장 마당에 상추를 심어 직원들과 삼겹살 파티를 즐기는 ‘삼겹살 텃밭’ 주인이 생겼다. 자동차 정비소 들머리 ‘폐타이어 화분’에는 노란 국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덩달아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다. 동네 전봇대에는 페트병으로 만든 화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스스로 ‘초록 바이러스 전파자’라고 말하는 우향씨. 세상 사람 모두가 초록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그날까지, 화목한 수레를 멈출 수 없다. “공장 아저씨들이랑 꽃과 텃밭을 가꾸면서 이 일에 자신이 생겼어요. 성수동뿐 아니라 더 많은 동네로 초록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 꿈입니다.”

정주용 <한겨레티브이> 피디 j2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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