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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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국정원녀’와 ‘내연녀’, 그리고 언론의 두 얼굴
http://www.newstapa.com/
<뉴스타파>, ‘국정원녀’와 ‘내연녀’, 그리고 언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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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경기도 가평의 한 아파트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혼외 아들을 낳았다’고 보도한 임아무개(54)씨가 이 아파트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일부터 취재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도 소란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임씨가 아니라 기자들의 취재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아파트 주차장과 현관 앞에는 취재진이 놓아둔 캠핑용 의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현관 안에도 신문지와 깔개, 간식은 물론 전열기까지 등장했다. 취재 일주일째, 장기전 태세로 접어들었다. 취재진은 처음 임씨가 머물고 있다는 아파트 3층 현관문 앞에 진을 쳤다. 그러나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취재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일단 3층에서 철수했다. 임씨는 소란 이후 아파트 방문을 나온 적이 없으니 사실상 일주일 넘게 감금상태나 다름없다.
현장 취재진은 윗선 지시를 받고 나온 새내기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임씨가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마땅히 취재할 것이 없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쪼그려 앉아 조는 것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이런 취재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한 기자는 “이 사람이 범죄자도 아니고, (채동욱의 아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느냐. 이게 다 고문이지” 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 여직원 사건’이 선거 막판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29)씨가 ‘선거에 민감한 정치 댓글을 단다’는 제보를 받고 그의 오피스텔 앞에서 진을 쳤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여직원의 인권과 사생활이 짓밟혔다”며 비난했다.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박 후보의 발언과 새누리당 주장을 따 여직원 인권유린을 질타했다.
댓글 의혹을 받던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중시하던 언론들이 몇 달 만에 180도 태도를 바꿔 한 여인을 일주일째 감금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주장을 두 얼굴의 언론계에 되돌려줬다. “한 여성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이 현장에는 민주주의 근간인 증거주의, 영장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사생활 보호, 그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박종찬 <한겨레티브이>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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