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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삭의 립덥 프러포즈
www.youtube.com
아이삭의 립덥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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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분다. 사랑을 시작하고,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프러포즈는 꽤 중요한 이벤트가 되었다. 포털 검색창에 ‘프러포즈 이벤트’를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회사가 클릭을 유혹한다.
어떻게 하면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선물할 수 있을까?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에 올라온 ‘아이삭의 립덥 프러포즈’(Isaac’s Live Lip-Dub Proposal)는 ‘프러포즈 영상의 레전드’로 불린다.
영상은 아이삭의 여자친구 에이미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헤드폰을 끼는 것으로 시작한다. 헤드폰에선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가 부른 ‘메리 유’(Marry you)가 흘러나온다. 이어 젊은 남녀가 갑자기 나타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잠시 뒤 늙은 부부, 중년 부부, 어른과 아이, 동성 커플까지 무려 60여명이 에이미를 위한 깜짝쇼를 벌인다. 노래가 끝날 무렵 등장한 아이삭은 사랑을 고백하고, 들러리들의 박수와 함께 두 사람은 진한 키스를 나눈다.
카메라 1대가 들러리들의 깜짝쇼를 묵묵히 따라가고, 트렁크 문에 매단 카메라가 박장대소하는 에이미를 몰래 담는다. 제목의 립덥은 립싱크(lip sync)와 더빙(dubbing)의 합성어로 아이삭은 영상 설명에 “세상 첫 라이브 립덥 프러포즈”라고 썼다.
지난해 5월25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955만회를 기록했고, ‘좋아요’ 18만여개, 댓글 2만6000여개가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년여 지난 지금도 댓글이 하루에 수십개씩 달리고,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여전히 링크가 떠돈다.
아이삭의 영상은 수없이 많은 패러디로 이어졌다. 유튜브에선 여러 피부색의 사람들이 올린 ‘메리 유 프러포즈’를 볼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장소가 잠실야구장, 대구 동성로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의 프러포즈 영상은 딱 봐도 이벤트 회사가 개입한 티가 난다. 들러리들은 말쑥한 차림에 빼어난 춤 솜씨를 뽐낸다. 카메라를 3~4대 동원해 영상미도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불필요한 고퀄리티’는 되레 생경하다. 감동까지 패러디할 순 없는 노릇이다.
박종찬 <한겨레TV>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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