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으로 결국 폐지한 드라마 <조선구마사>(에스비에스)의 작가를 비롯해 연출·배우 등이 27일 연이어 사과문을 발표했다.
2월 끝난 <철인왕후>(티브이엔)에 이어 또다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박계옥 작가는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드라마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맨 앞에 서 있는 작가로서 지난 잘못을 거울삼아 더 좋은 이야기를 보여 드려야 함에도 안일하고 미숙한 판단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분노와 피로감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는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긴 조선의 건국 영웅에 대해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어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는 “의도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연출한 신경수 피디도 보도자료를 내어 같은 마음을 전했다. 그는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역사 속 인물의 실명을 쓰면서 이야기 구성이나 표현에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한 모든 결정과 선택의 책임은 연출인 제게 있다. 스태프와 배우들은 저를 믿고 따랐을 뿐이다”며 “시청자들께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편향된 역사 의식이나 특정 의도를 갖고 연출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날 배우들도 작품 선택에 대해 줄줄이 사과했다. 감우성은 소속사 공식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조선구마사>가 허구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들께 역사 왜곡으로 비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지난 5개월 동안 배우 모두 각자 맡은 역할만을 소화하다 보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고 이로 인해 드라마 폐지에 이른 점,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감우성이 연기한 태종은 무고한 백성을 학살해 특히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악령들로부터 백성을 구하기 위해 나선 충녕대군 역할을 맡았던 장동윤도 소속사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다”며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왕세자 양녕대군을 연기한 박성훈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창작과 왜곡의 경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 배우에게도 역사적 인식과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뒤늦게 깨닫고 있다”고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서영희도 개인 소셜미디어에 “창작물이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역사 왜곡의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 또 무지했던 점 죄송하다.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그 무게감을 간과했고 신중하지 못했다. 앞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매진하고 심도 있게 작품을 바라보고 선택하는 성숙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혜성, 이유비, 김동준 등도 같은 날 사과문을 올렸다.
<조선구마사>는 22일 첫 방송부터 악령으로 인해 환각에 휩싸인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하는가 하면,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 일행에게 월병과 오리알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중국식 소품으로 꾸민 공간, 도무녀 무화의 의상이 중국 드라마 속 인물과 비슷하다는 점 등을 놓고 역사 왜곡이라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방송 2회 만에 방영이 중단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