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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다시보기] 성폭력범 혀 깨물어 유죄…56년 한을 누가 짐작하랴

등록 2020-07-10 17:29수정 2020-07-11 02:34

5일 방송된 SBS 일요스페셜 ‘혀를 깨물다-74살 최말자의…’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제공
올해 9월 열릴 ‘한국방송대상’ 출품작이 300편에 이른다. 종편·케이블을 제외한 방송사(지역 포함)를 대상으로, 한 해 동안 만든 프로그램 가운데 분야별 두 편으로 제한했으니 실제로는 수십 배 혹은 수백 배 많은 콘텐츠가 쏟아진 셈이다. 티브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피티브이(IPTV) 등 아무리 창구가 많아졌다 해도 저 많은 콘텐츠를 다 챙겨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아뿔싸! 놓쳤지만, 다시 보면 좋을 이주의 ‘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주말에 다시보기’! 매주 토요일에 찾아온다. 마감 시간 기준으로 전주 금요일부터 이번주 목요일 방영작이 대상이다. 일종의 잘 만든, 의미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알리미가 되겠다.

코로나19가 만든 집콕 시대, 주말에 한 편 다시보기! 첫 회는 지난 5일 밤 11시5분에 방영한 <에스비에스 일요스페셜> ‘혀를 깨물다―74세 최말자의 역사적 여름’이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최말자씨가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최말자씨의 재심 청구는 지난 5월4일 <한겨레> 단독 보도(성폭력에 저항하다 혀 깨물었다고 유죄…56년 만의 미투)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제작진이 재심 청구서를 들고 법원으로 향하는 최말자씨와 동행하면서 <한겨레> 보도 이후의 상황을 담아냈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제공
최말자씨는 현재 74살이다. 그는 18살이던 1964년 5월6일 친구를 데려다주려고 집을 나섰다가 당시 21살 노아무개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노씨는 최씨를 쓰러뜨리고 입을 맞추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최씨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안에 들어온 무언가를 깨물어 최대한 저항했다. 노씨의 혀가 1.5㎝ 잘렸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최씨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씨의 성폭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은 차고 넘친다고? 이 사건은 당시 시대가 여성에게 가해 온 폭력과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건 이후 주변에서 노씨와 결혼을 권했다”거나 “남동생이 아버지한테 맞아 죽으니 도망가라고 했다”거나 “이후 노씨가 오히려 당당하게 나타나 가족을 협박했다”는 등 기막힌 이야기가 최씨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이 사건이 18살의 최씨를 얼마나 움츠러들게 했을까? 마음이 먹먹해진다. 판결문에는 이런 대목까지 있다. “… 남성으로 하여금 자기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대담하게 키스하려는 충동을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보탬은 되었을 것이라는 …” 그가 최근 수 년 사이 사회 곳곳에서 쏟아진 ‘미투’(나도 폭로한다) 운동을 접하고 2018년 처음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제공
프로그램은 휴먼다큐처럼 사건을 포장하지 않는다. 최씨의 이야기와 그가 직접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는다. “너무 억울해서 56년 만에 이 자리에 섰다. 반드시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를 입증하고 싶다”고 말하는 최씨의 떨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오랜 세월 품었을 한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겨레> 기사가 전한 충격을 영상으로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에 다시보기를 권한다. “이 한을 풀고 싶다”는 최씨에게 힘을 주는 건 꾸준한 관심과 응원일 것이다.

‘74세 최말자의 역사적 여름’처럼 이 지면에 소개되는 좋은 콘텐츠를 충분히 소비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선 수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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