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74·마이크 든 이)씨가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지법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피해자가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말자(74)씨는 6일 부산지법에 자신의 ‘중상해죄’ 유죄판결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재심 청구서를 냈다. 최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 후세까지 나 같은 피해가 이어질 수 있겠다는 절박한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최씨의 ‘미투’가 지난 4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큰 반향이 일었다. 최씨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가 검찰과 법원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시각 때문이었다는 점이 공분을 더욱 키웠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일 뿐 아니라 국가 폭력 피해자다. 법원 판결 뒤 주변의 낙인으로 심각한 2차 피해까지 받았다고 한다. 많이 늦었지만, 국가는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를 구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최근에도 본말이 뒤집힌 판결이 나오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17년 4월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피해 여성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최씨에 대한 1965년의 판결이 정당방위를 다툰 대표적인 판례로 형법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성인지 감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최씨의 말대로 이번 재심 청구는 개인 차원을 넘어 후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를 좁게 해석하면 최씨의 청구도 기각될 여지가 커 보인다. 그러나 최씨의 법률지원단은 ‘재심 이유’ 가운데 하나인 ‘수사의 위법성’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불구속 수사를 받던 최씨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갑자기 구속됐고, 구속영장을 보거나 구속 사유를 듣지 못한 것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법원은 법률 자구에만 갇히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번 청구를 판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