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배구단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스포츠팀에서 일하는 이정국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2015년에 마지막으로 ‘친절한 기자들’을 썼으니 꼬박 5년 만입니다.
혹시 ‘김연경’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배구를 좋아한다면 단번에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낯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오늘 설명드릴 것은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김연경(32) 여자 프로배구 선수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연경의 복귀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회견장에 가득 찬 취재진은 어림잡아도 100명은 넘어 보이더군요. 그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먼저, 왜 김연경이 대단한지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연경은 1980~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했던 ‘황제’ 마이클 조던과 많이 닮았습니다. 마이클 조던을 영입한 뒤 별 볼 일 없었던 시카고 불스가 전설의 팀이 된 것처럼, 소속팀 흥국생명도 환골탈태했습니다.
프로배구 출범 첫해인 2005년 최하위로 리그를 끝낸 흥국생명은 김연경 영입 뒤 두 시즌 연속 정규·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합니다. 또 2007~2008 시즌 정규 1위, 2008~2009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따내는 등 강팀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김연경은 데뷔 첫해 신인선수상을 따내고 정규 리그 엠브이피(MVP)로 3회, 챔피언결정전 엠브이피로 3회 선정됐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엠브이피로 뽑혔고, 국외로 이적한 2009년 이후에도 일본·터키에서 엠브이피로 선정되고, 득점상 등을 받았습니다. 이런 그가 11년 만에 한국 코트로 복귀한다고 하니, 스포츠계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복귀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왜?’라는 복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큰 상황입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면서 1년 동안 3억5천만원이라는 연봉에 사인했습니다. 국외 리그에서 17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연봉을 받다가, 엄청난 연봉 삭감을 감수하면서 복귀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김연경은 이에 대해 “올림픽 메달을 위해”라고 답했습니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훈련을 해야 하는데 한국만큼 안정적으로 훈련할 나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도 큰 변수였습니다. 국외 리그의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복귀를 미루는 것은 경기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올림픽 메달은 김연경이 이루지 못한 마지막 과제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올림픽 메달은 아직입니다. 김연경에겐 은퇴 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논란은 ‘흥국생명 독주’ 우려입니다. 여자배구 팀이 6개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력이 한 팀에 쏠리면 나머지 팀들은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배구계 안팎에선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복귀 전, ‘쌍둥이 스타’ 이재영·이다영(24)을 잡는 데 1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국제적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여기에 김연경이 가세했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인 루시아 프레스코(29)도 있습니다. 다른 팀에서 걱정할 만한 전력이지요. 이에 대해 김연경은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강력한 팀이 프로리그에 나오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해당 리그의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야구를 예로 들면 한국의 해태 타이거즈,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미국의 뉴욕 양키스도 스타 선수를 앞세워 압도적 전력을 과시하던 팀이었습니다. 이들 팀은 각 나라에서 프로야구 발전과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마이클 조던을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 <더 라스트 댄스>를 봤습니다. 조던이 데뷔했을 때 세계 90여개 나라에서 보던 엔비에이를 시카고 불스가 6회 우승을 이뤄낸 뒤, 200개 넘는 나라에서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김연경 효과’의 긍정적 측면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 시즌 여자배구는 최초로 경기 중계 평균 시청률 1%를 넘기며 남자배구는 물론 야구까지 추월해 프로스포츠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김연경까지 돌아오니 날개를 단 격입니다.
팬들이 붙여준 ‘식빵언니’라는 별명을 좋아해 공식 유튜브 계정명으로 쓸 만큼 팬 친화적인 김연경은 여자배구를 발전시킬 능력과 자격이 충분한 선수입니다. 그의 성공적 복귀와 올림픽 메달을 응원합니다.
이정국 문화부 스포츠팀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