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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미경 CJ 부회장이 왜 거기서 수상 소감을?

등록 2020-02-11 18:33수정 2020-02-12 11:50

‘기생충’ CP 명분 전면 나서 논란
“영화 발전 기여 인정은 하지만…”
대기업 중심 영화계 현실 대변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자, 이 영화의 투자자이자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자, 이 영화의 투자자이자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을 때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밝힌 걸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본래 영화 제작자에게 수여된다. 아카데미 누리집을 보면 수상자 명단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봉준호 감독 이름이 올라 있다. 작품상 수상 당시 곽 대표가 먼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이 마이크 앞으로 이동한 순간 조명이 꺼졌고, 객석 앞자리 배우들이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불이 다시 켜졌다. 그러자 이 부회장이 제법 긴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동생인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저 사람이 누구냐’는 궁금증과 함께 ‘배우와 감독 대신 꼭 저렇게 나서야 했나’ 하는 비판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에 책임프로듀서(CP)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계에선 생소한 직책인데, 엄밀히 따지면 투자자가 더 정확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탄압을 받으면서까지 봉 감독 영화에 지속해서 투자·지원을 했고, 오스카 수상을 위해 1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이처럼 크게 기여했기에 수상 소감을 전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 씨제이 쪽의 주장인데, 이에 동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기여도는 인정하지만 주인공처럼 전면에 나서는 건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지욱 평론가는 “이 부회장은 충무로에서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데 투자자는 참석할 수 없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피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전면에 나서 무척 의아했다”고 말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도 “이 부회장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마지막까지 보이지 않는 손처럼 조용히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장면이 한국 영화계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강유정 교수는 “씨제이로 대표되는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한국 영화산업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대작 상업영화 중심으로 영화계가 천편일률화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포스트 봉준호’가 될 재능 있는 신인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런 공과를 모두 보여준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이 부회장이 한국 영화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정지욱 평론가는 “이 부회장이 한국 영화계를 위해 책임 있는 구실을 해야 한다. 독과점을 해소하고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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