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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역대급 인기 그보다 더한 역대급 죄질-빅뱅 ②

등록 2019-03-15 11:00수정 2019-03-17 18:48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와이지 제공
와이지 제공
앞의 칼럼에서는 빅뱅의 결성 일화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성공가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빅뱅이 솔로 가수가 아닌 그룹으로서 가요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린 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활동을 쉰 적은 있지만 뜨겁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토록 길고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음악 외에 예능적인 재능도 한 몫 했다.

지디는 요즘 말로하면 ‘인싸’ 중에서도 ‘핵인싸’라고 할까.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의 무대에 서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했다. 탑은 어엿한 주연 배우로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고, 대성의 일본 활동도 이름처럼 대성공이었다. 태양은 현존하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을 과시했다. 팀 내에서 제일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던 승리는 사업가로서 면모를 부각하며 ‘승츠비’(위대한 개츠비+승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빅뱅이 도대체 어떻게 좌초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 빅뱅은 그들이 이뤄낸 성공의 크기만큼이나 사건 사고도 많았다. 멤버별로 보면 유일하게 태양만 이렇다 할 논란이 없는데, 고작 시끄러웠던 사건이라고 해봤자 가요 프로그램에서 흥에 넘쳐 진행자를 방해했던 사건 정도? 하하하. 태양은 그냥 넘어가자.

대성은 큰 사고가 있었다. 2011년 5월 31일 새벽에 과속운전을 하다가 전방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를 내어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그런데 사망한 피해자가 음주운전으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이미 가로등을 들이받고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성이 그 사람을 치었을 때, 그가 살아있었느냐가 관건이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시끄러웠냐 하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스비에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1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어쨌든 법원의 최종 결론은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도로교통법 위반은 인정,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다.

지디의 경우엔 일단 표절시비가 여럿이었다. 앞서 다른 칼럼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표절의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기준으로 확실히 표절이라고 할 만한 경우도 분명히 있었는데 비난에 비해 인기가 워낙 커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약 이슈는 달랐다. 2011년 10월, 그러니까 대성 사건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도 않았던 시기였다. 지디가 대마초를 피웠다는 혐의가 제기되었고 실제 모발 검사에서 대마초 양성반응이 검출되었다.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긴 했지만 워낙 어린 팬들을 많이 거느린 빅뱅, 그 중에서도 지디였기에 파장은 작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군복무 중 국군병원 특혜입원 논란에 이어 부실 군복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말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탑의 경우는 한 술 더 뜬다. 군복무 중에 대마초를 하다 걸렸다. 지디의 대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군복무 중에 마약을 했다는 상황도 충격이지만 여러 차례를, 그것도 자기 집에서 여자 연습생과 함께 피운 경우라 실수였다고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도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탑의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처벌 수위도 달랐다. 집행유예 2년. 그러다보니 의경에서 강제 전역됐으며, 남은 군복무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채우는 중이다.

화룡점정은 막내의 몫. 2019년의 시작과 함께 타오르기 시작한 버닝 썬 이슈에 비하면 앞에 이야기한 다른 멤버들의 사고 혹은 범죄들은 주차위반 정도로 느껴진다. 승리가 대표라고 홍보하고 다니던 클럽 버닝 썬에서 마약이 버젓이 유통되었고,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빈번했으며 그 과정을 촬영해 돌려보기까지 했고, 클럽의 스태프들이 손님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고, 경찰과 유착해 탈법-불법 행위들을 저질러왔고, 심지어 승리 본인이 나서서 주요 고객들에게 성접대를 주선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 과정에서 승리가 지인들과 나눈 카톡 메시지가 공개되었는데 이건 뭐 인용하기도 끔찍한 내용. 여기에 베트남에서 승리가 환각제를 흡입하는 사진이 공개되고,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며칠 동안 파티를 벌였다는 뉴스도 나왔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수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까지 보도된 상황. 급식체가 절로 튀어나온다. 죄질 오지고요, 스케일 지리고요.

20년 남짓 방송국 피디 생활을 하면서 한 명의 연예인이 이토록 악질적인 사건에 연루된 건 처음 본다. 빅뱅이라는 팀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 반세기가 넘는 한국 가요 역사상 이토록 많은 종류의 범죄에 연루된 팀은 없었다. 관련 법이 대체 몇개인지 세기 어려울 지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나? 빅뱅을 위한 변명도 승리를 위한 변명도 없다. 도저히 못 찾겠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좋아했고, 계속 좋아하려고 애썼던 아티스트가 이 지경이 되도록 손 놓고 있었던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가 원망스럽다. 어쩌면 원망으로 끝날 일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빅뱅을 전격해체하고 태양만이라도 놔주기를, 아직 팬심을 다 버리지 못한 아재로서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정치쇼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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